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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년 전 서해 페리호 사건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정경NEWS | 승인 2014.05.14 13:46|(170호)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인천과 제주를 오가는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하지만 위험 지역에서 조타수에게 운항을 맡겨둔 채 휴식을 취한 선장, 위급 상황이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제일 먼저 구조된 선장과 선원들을 생각하면 답답함을 너머 비난의 화살을돌리지 않을 수 없다. 한 외신은 “한국인들은 20년 전의 서해 페리호 사건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였다”고 전한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단지 이 문제가 세월호 사건에만 국한되는가를 생각해 본다. 우리가 이번 사건을 보면서 깊이 새겨야 할 시사점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 땅에 살면서 내가 자주 갖게 되는 생각은 크고 작은 일에 대해 법치(法治)보다는 인치(人治)가 앞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물론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규칙을 따르기보다는 특정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다양한 편법들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관대한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앞에서 베테랑 조종사의 지적처럼 규칙이라는 것은 오랜 경험과 지식의 결정판일 것이다. 규칙이란, 시간과 함께 변화해 가야 하지만 일단 현재를 기준으로 정해진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규칙 따로 준수 따로’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이다. 규칙을 우직하게 지키는 사람이 가끔 지나친 원칙론자나 우둔한 사람 정도로 간주되는 일도 일어난다. 여기에다 최근의 사회 분위기는 “절대적인 기준이 어디에 있는가요?”라고 되묻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냥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좋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그렇게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심심
찮게 보여지고 있다.

이번 세월호 사건이 가진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위급 상황에 처했을 이를 대처하도록 인도하는 규칙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었는지 의문이다. 분명한 사실은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규칙이나 매뉴얼이 거의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이번 사건을 보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난 사고는 확률은 낮지만 한번 발생하면 대형 사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그동안 몇 번의 대형 사건을 거치면서 이런 지침 정도는 만들어져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형 사건을 경험하면서도 우리가 그런 사건들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였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다운 매뉴얼이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의 부재
위급 상황은 예상 가능한 미래의 상황이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정교한 매뉴얼로 정립할 수 있다. 때때로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지중해 호화 유람선들의 화재 진압 사건들을 보면 정교한 매뉴얼의 존재 자체뿐만 아니라 매뉴얼에 규정된 사건을 가정해서 반복적인 훈련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방법을 연습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잘 아는 것과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차이가 난다. 머리는 알고 있더라도 몸으로 체득되지 않으면 위급 상황에서 제대로 행동하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보면, 기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법이없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500여 명이 승선하는 여객선에서 특정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다운 훈련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위급 상황에서 본능적인 반응밖에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본능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신체적인 위해를 먼저 피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사고에서도 선장의 무책임함이 문제가 되었지만 그 또한 본능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이다. 평범한 선장이 선장으로서 묵직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나 그는 그런 책임감도 갖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훈련받았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는 쪽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선장의 행동은 비난받아야 할 일이지만 인과관계를 따지면 그가 침몰하는 배와 승객을 내팽긴 채 도망가기에 급급하였던 점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몇 년 전에 제주행 여객선에서 화재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이 사건도 자칫 대형 사고로 연결될 법한 일이었지만 천만다행으로 그 배에 승선한 사람 가운데 과거에 해군으로 근무하였던 중년의 남자가 한 분 있었다. 이 분은 수십 년 전에 반복적으로 체득하였던 위급 상황 대처법에 따라 승객들을 진정시키고 대피시키는 일을 주도함으로써 대형 인명사고의 위험을 줄이는 데 성공하였다.

여객선이나 비행기처럼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매뉴얼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위급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은 유일하게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그것은 기본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반복해서 체득하는 일이다. 기본을 아는 것과 체득하는 것 두 가지 모두에서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너무나 실망스런 행동을 보였고 그 결과는 엄청난 인명 손실로 연결되고 말았다.

여기서 우리가 지적해야 하는 또 한 가지는 해난사고는 가능성이란 점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난 사고의 다양한 유형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건들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런 사건들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이는 세월호 선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 지나치게 낮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 사는 곳은 완벽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건이 터질 때면 반드시 그 사건의 원인을 철두철미하게 규명하고 이를 다음에는 반복하지 않도록 배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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