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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대로는 안된다
정경NEWS | 승인 2014.05.14 13:31|(170호)

 

   
▲ 최재영
본지 발행인 /회장
세월호 참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깜짝 놀랄만한 뉴스로 전해지고 있다. 사망과 실종자가 많기도 하지만 사고발생 초기 정부의 대응 시스템 역시 충격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의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비리 구조는 논외로 치더라도 너무도 후진적인 정부의 대응시스템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세월호 참사 소식이 전 세계에 전해질 때 처음에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고도로 발전된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저토록 후진적인 사고가 일어났으며, 더욱이 수백명의 목숨을 그대로 잃게 만든 어처구니없는 대응 시스템은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는가에 대한 의구성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불행하게도 ‘후진국 대한민국’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가히 충격적이고 참담한 심경이다.

총체적 난맥상, 이대로는 안된다
사고발생 초기에도 놀랐지만, 그 후 사고상황을 전할때나 구조과정을 보여줄 때나 충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우선 저런 여객선이 어떻게 바다에 뜰 수 있었는지 부터 궁금하다. 낡은 배를 들여와 돈벌이를 위해 증축까지 하고 규정을 훨씬 벗어날 정도의 화물을 싣고서도 어떻게 출항할 수 있었는지가 의문이다. 어느 누구도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46개의 구명뗏목(구명벌) 가운데 단 한 개만 펼쳐졌다니, 참으로 황당하고 말문이 막힐 뿐이다.

아주 처참한 사고가 났다고 하자. 그렇다면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끝까지 구조상황을 지휘해야 할 선장과 승무원들이 배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제일 먼저 탈출했다면 이것은 정말 소도 웃을 코미디 같은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선원법이나 관련 법규 또는 직업윤리의 차원을 넘어서 상식을 가진 인간의 자세인지 오히려 분노가 치민다. 오죽했으면 <뉴욕 타임스>가 “선장은 배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깼다”는 비판을 했겠는가. 심지어 <포브스>는 한 술 더 떠서 “한국 기업 총수들과 같이 비겁한 리더십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남이야 죽든 말든 내 한 몸이나 잘 챙기겠다는 그런 후안무치한 재계 총수들과 다를 바 없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나 어찌 할 것인가. 이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것은 또 무슨 이야기인가.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을 맨 먼저 신고한 사람은 이번에 목숨을 잃은 고등학생이었다. 무슨 교통사고도 아니고 국내 최대의 여객선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인데도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 이후도 마찬가지였다. 해경과 정부의 대응을 보노라면 한마디로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우선 실종자와 탑승자 인원 집계부터 여섯 차례나 바뀌었다. 심지어 백 명 단위로 실종자가 오락가락 했다. 세상 어느 나라에 이런 집계 자료를 국민 앞에 발표하는 나라가 또 있다는 말인가. 원인은 탑승자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장치가 마비 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항공기 탑승하듯 엄격하게 탑승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하나씩 짚노라면 끝이 없다. 무엇 하나 제대로 믿을만한 구석이 없다. 파견 나온 고위관료는 통곡의 바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하지를 않나, 아무 관련 없는 야당 정치인이 선거운동 목적으로 실종자 대표로 사회를 맡지 않나, 일부 여당 국회의원들은 국민적 추모 분위기에도 아랑곳없이 병적인 색깔론을 제기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섰다. ‘후진국 대한민국’의 실체를 여지없이 드러낸 초대형 참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일의 <슈피겔>은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침몰한 세월호 선장을 비판하지만, 탑승자 가족들은 정부의 위기관리를 훨씬 문제 삼고 있다”며 “정부의 고장 난 위기관리는 덮일 수 없다”고 보도했다. 그냥 허투루 넘길 충고가 아니다.

대통령 직속의 특별재난기구를 설치해야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당시 행정안전부는 ‘신년업무보고’ 때 선제적 재난관리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관기관과의 합동상황실을 설치하고, 정보체계 일원화를 위해 무선통신망도 연계해서 현장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토록 하겠다고 했다. 벌써 4년 전의 이야기다. 그러나 말만 그럴 듯 했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당시 행안부의 보고대로 됐다면 이번 세월호 사고도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대형 참사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말들은 풍성했지만, 말 뿐이었다.

국민의 안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는 열의를 보였다. 취임 초 안전대책으로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방재자원을 통합 관리해 재난 유형별로 현장에서 맞춤형 자원을 동원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러나 막상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하자 이 또한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

곳곳에 이런저런 대책본부는 꾸려졌지만, 주먹구구식으로 하다 보니 제대로 된 시스템도, 전문가도 없었다. 구조작업을 돕겠다며 달려온 민간 잠수사들이 정부를 성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맞춤형 자원 동원은커녕 가장 기본적인 협력체계조차 구축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락가락 행정의 전형을 본 듯하다. 관재(官災)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라 하겠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재난대응시스템에 혁명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시스템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강력한 안전대책기구를 둬야 한다. 분초를 다투는 대형 재난사고를 해당 부처에 맡기기에는 역부족이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에게 국민의안전을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역량도 의지도 부족하다는 것이 이번에 모두 드러나지 않았는가. 물론 이 또한 비극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때마침 정부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선지 재난에 대한 보고 및 지휘체계를 단일화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번 사고를 교훈 삼아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 부처에 후속대책을 지시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 기회가 되어야 한다. 신속하고 체계적이며 동시에 가장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재난대응시스템 구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하나만 더 짚어보자. 새로운 것은 낡은 것이 사멸할 때만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이미 밝혔듯이 해운업계를 휘감고 있는 ‘해피아 조직’을 과감하게 도려내야 한다. 이미 검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고위공직자부터 업계의 실무 책임자까지 국민 안전의 암덩어리들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 정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일벌백계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정경NEWS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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