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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이젠 끌어안고 같이 살자
최재영 | 승인 2013.12.02 11:27|(165호)

 

   
▲ 최재영본지 대표이사 발행인
허니문(honeymoon), 밀월기 또는 신혼여행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이 말은 정치에서도 통용된다. 보통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가 차질 없이 국정의 틀을 잘 짜서 출발할 수 있도록 선거에서 패한 후보 쪽이 선거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국정운영에도 잘 협조하는 1년 정도 시기를 말한다.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보통 허니문 기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정치에서 잘 나타나는 허니문 기간이우리나라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정부 때 잠시 비슷한 경향을 보이더니 그 이후에는 사실상 소멸돼버렸다.노무현 정부는 대북송금 문제로 여권 내부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허니문을 챙길 여력이 없었으며, 이명박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촛불시위가 발생하면서 허니문 기간이 아니라 국정운영의 위기국면을 맞고 말았다.

달콤한 허니문 기간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셈이다. 불행하게도 박근혜 정부마저 허니문은커녕 정치 자체가실종돼버린 여야 극한 대치의 정국을 거의 1년째 이어가고 있다. 통 말이 안 통하는, 그래서 서로 불신과반목이 일상처럼 돼버린 정치 부재의 현실, 때문에 허니문 기간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처음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허니문은 없었지만 외교는 빛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북한의 온갖 위협과 압박 속에서 새 정부를 출범시켰다. 잠시 개성공단 정상화 등의 유화국면이 있긴 했지만 남북관계의 팽팽한 긴장은 지금 이 순간까지 여전히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청와대 불바다 얘기까지 나올 정도이다. 이런 가운데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는 생각보다 알차다. 전통적인 혈맹관계로서의 한미관계를 재확인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작동될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
 
뒤이어 중국을 방문함으로써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한중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하는 데도 성공하였다.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넓힘으로써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힘이 더 실리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북한이 중국의 변화에 깜짝 놀라 자세를 낮춘 것도 한중관계의 진전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가 박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이 최고를 기록할 때였다.

물론 그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외교 행보는 계속됐다. 영국 국빈 방문을 비롯해 러시아와 동남아 등의 외교행보는 우리나라의 국격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특히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와 함께 왕실 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이동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세계적인 뉴스가 될 정도였다.

여성 대통령의 강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한복을 입은 감성적 터치로 방문국의 정서에 부합하려는 노력은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프랑스어나 영어 몇 마디를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정서에 친근하게 다가섬으로써 공동의 관심사를 이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포인트로 봐야 한다.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창조경제를 역설한 것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우리가 그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라 하겠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과 자본주의 역사의 본고장에서 창조경제를 강조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말하는 것 역시 우리의 국격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자긍심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과거 언제 우리가 이러한 화두를 던져본 적이 있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첫해 보여준 외교 행보가 이처럼 형식과 내용의 모든 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내치, 이제는 화합만이 답이다
어쩐 일인지 박근혜 대통령이 외유를 마치고 귀국할 때마다 국내 정세는 무슨 큰일이 터지거나 아니면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돼왔다. 외교 성과를 내치 실패로 인해 점수를 다 잃고 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 방문 후 귀국 때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사건으로 상처가 크게 났던 터였다. 귀국 후 청와대와 윤 전 대변인의 충돌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사퇴 파문으로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는 빛을 잃고 말았다.

한중 정상회담 전후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문제로 정치권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였다. 그 후에도 야권의 촛불집회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파문 등 국내정치는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외교적 성과를 채 챙겨보기도 전에 내치에서의 갈등과 반목, 정치 부재로 인한 충돌과 대결, 그리고 이념과 진영대결로 압축된 국론의 분열은 박근혜정부 1년의 가장 아픈 대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박 대통령 퇴진 발언으로 정국이 다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마치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하는 듯한 발언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까지 요구한 것은 설사 ‘독한 쓴소리’의 의미라고 하더라도 너무 나가버렸다. 공감할 수 없는 발언은 안 하느니 못하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대응도 썩 잘하지는 못했다. 박창신 신부의 발언 하나를 놓고 온 나라가 펄펄 끓는 모습은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천주교 가운데 극히 일부의 의견일 뿐이며, 그마저도 국민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단체를 비롯해 몇몇 언론이 전면에 나서더니 급기야 새누리당이 다시 ‘종북몰이’에 나섰다. ‘정의구현사제단’이 아니라 ‘종북구현사제단’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요즘 같아서는 지금의 대치정국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가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도대체 출구를 찾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사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그들의 특권을 누리며 세월을 보낼 수 있다지만 박근혜 정부는 어디로 가란 말인가. 더욱이 정부만 믿고 있는 국민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대선 때 압도적으로 밀어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시간을 마냥 흘려보내겠다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젠 정쟁은 그만하자. 정말 지겨운 힘겨루기의 반복이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에서, 또 새해를 맞는 작은 희망으로 간곡히 기대해본다.

여야가 손을 잡고 파탄 직전의 민생을 보듬어보자. 힘이 센 쪽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순서다. 그래야 끌어안을 수 있기때문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통큰 정치로 난국을 풀어야 한다.

최재영  poec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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