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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대혁신이 필요하다
정경NEWS | 승인 2013.11.16 11:06|(164호)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본지 편집이사
정말 지루하다. 박근혜 정부 8개월 째를 넘기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지난 대선 프레임에 갇혀 있다. 여야가 서로 싸우는 이슈나 논리, 심지어 싸우는 방식도 1년 전의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 회
의록 문제는 여전히 정치권의 최대 이슈이다. 아니, 지난 대선 때보다 판이 더 커졌다. 국정원의 댓글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대선 직전 시기에 최대 이슈였다가 그 불씨가 꺼지지 않더니 지금은 더 활활 타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댓글 사건에 이어 트위터 사건까지 터지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까지 가세해서 한국 정치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싸움이 여야 정치권 논란으로만 그치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국정원은 정치의 중심에 있다. 국정원을 중심으로 그 지원세력과 비판세력이 극단 대치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다. 모든 주장들이 진영논리에 갇혀 있다. 당연히 거친 말이 나오고 감정적 언사까지 그침이 없다.
 
이 소모적인 갈등과 분열, 결국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정치판을 좌지우지하는 현실,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아닌가 싶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도 국정원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넘치고 있다.


정치는 없고 정쟁만 있다
어느 사회든 갈등이 있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그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체로 의회를 중심으로 선진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그것이 사회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중요한 기제이다. 다수당과 소수당이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면서 사회적, 경제적 갈등을 의회 내로 흡수함으로써 국정 안정과 국가 발전의 동력을 창출해나가는 것이다. 선진국에 선진정치가 있고, 선진정치에 선진 국민이 있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정치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멀어도 너무 멀어 보인다. 국정원 댓글 사건만 놓고 보자. 이슈를 여기저기 이동시켜가면서 아직도 끝 모를 정쟁이다. 최근에는 국정원 심리전단의 다른 파트가 트윗과 리트윗을 한 것이 5만5천여 건이나 된다는 검찰의 공소장 추가 내용이 전해졌다.

이는 이번에 새로 발견된 내용이다. 그 중에서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2천2백여 건을 직접 증거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트윗으로 주고받은 내용을 보면 야권의 대선 후보를 비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후원금 계좌를 광고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선개입을 넘어 대선캠프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검찰이 공소장 변경에서 추가한 대목인 만큼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쟁의 불씨는 트윗을 통해 수천, 수만 건의 글을 주고받았다는 사실보다 그 사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상의 문제로 인해 다시 불이 붙고 있다는 점이다.

절차적인 문제로 윤석열 전 수사팀장이 수사 중에 전격 물러나는가 하면, 국정감사장에서는 윤석열 전 수사팀장과 조영곤 서울지검장의 주장이 정면충돌하면서 다시 진실공방으로 전개됐다. 도대체 검찰 조직이이래서야 어찌 온전한 법집행이 이뤄질 것이며, 국정 운영인들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한마디로 한심하고 추하며 꼴불견이다.

역시 정치권도 여당은 조영곤, 야당은 윤석열 편에서 무책임한 말들의 잔치를 늘어놓고 있다. 어디 정치권뿐이겠는가. 언론도, 전문가들도, 여론도 양쪽으로 갈라져서 허구한 날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있다. 무엇이 이 사건의 실체인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든 것이 혼재돼 있는 모습이다.

서로에게 유리한 얘기만 목소리 높이고 있는 셈이다. 이쯤 되면 정치권이 갈등 조율기능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촉발시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별로 쓰고 싶지 않은 표현이지만 속된말로 ‘막장 정치’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정치의 복원, 박근혜 대통령이 중심이다
정말 궁금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의 국정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야당 때문에 될 일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아니면 나는 잘하고 있는데 언론과 일부 야당 지지자들이 박근혜 정부를 흔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정치란 게 본래 시끄러운 것이고 늘 반대세력은 존재하기 마련이니 그냥 이대로만 가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정말 박 대통령의 깊은 속마음이 궁금하다. 그 결심에 따라 앞으로의 국정 운영 방향, 정국의 큰 흐름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정치의 중심에는 대통령 권력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처럼 대통령 권력을 중심으로 권력지형이 뚜렷하게 양분되는 나라에서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작은 메시지 하나도 정치나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요즘처럼 쑥대밭이 돼버린 검찰조직, 오버액션을 연발하는 국정원, 그리고 자고 나면 난타전에 매몰되는 여야 정치권을 보노라면 정말 답을 찾기 어렵다. 한마디로 절망적이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이대로 가다가 앞으로 몇 년 뒤엔 어떻게 될까.

어쩌면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외우내환, 말 그대로의 대파국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의 국내외 정세를 정말 직시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이 상황을 누구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통찰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시급한 것이 ‘정치의 복원’이다. 당정 간에 친밀한 접촉이 잦아야 한다. 여야 간에도 정겨운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국정원이나 검찰 등의 막강한 권력기관은 정치판을 떠나야 한다. 그리하여 그 공간에 ‘정치의 영역’이 들어서서 동북아 정세와 남북관계, 경제회복과 민생현안 등을 놓고 논쟁하고 대화하고 또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이런 정치 환경으로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먼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대혁신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가져야 한다. 거기서부터 새로운 변화의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바꿔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달라지지 않으면 다른 것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게 싫다고 지금 이대로 끝까지 갈 것인가. 아직도 늦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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