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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익 수석의 미제스 애찬론
정경NEWS | 승인 2013.11.16 10:38|(164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한국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반면에 재정에 의존해서 돌아가는 영역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언제 그랬던가 싶을 정도로 가계 부채는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 있는 상태이다.

공공부채는 마치 브레이크 없는 승용차처럼 매일 매일 달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사회를 볼 때면 경제만이 아니라 마치 꼬인 실타래처럼 정말 많은 문제들이 서로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수도 있다.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무난하게 지내는 것에 만족하는 분들이 나랏일을 하는 분들 사이에 많다. 대통령 역시 외교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처럼 보인다. 나라 안의 문제라는 것 특히 시간을 두고 효과가 나오는 것들은 품은 많이 들고 효과는 더디게 나오기 때문에 생색이 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근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며칠 전에 도착한 책 한권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을 생각하게 한다. 고승철, 이완배 씨가 집필한 <김재익 평전>(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이다.

책을 넘기다 2장 “스탠퍼드의 수재, 자유주의에 눈을 뜨다”라는 제목의 글에 눈길이 머물렀다. 사람들은언제나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문제의 특별하며, 우리의 처방도 특별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만나는 문제는 거의 엇비슷하다.

사람들의 욕구가 비슷한 것처럼 사람들이 만나는 경제 문제는 대부분 비슷비슷하다. 특히 처방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경제란 결국 한정된 자원을 잘 활용해서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활동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경제 사상가 루트비히 폰 미제스
전두환 정권에서 경제 문제를 진두지휘하였지만 아웅산 사태에서 목숨을 잃어버린 분이 김재익 박사다.그의 평전에는 경제 사상가의 만남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는 유학 시절 위대한 경제사상가 루트비히 폰 미제스(Kudgwig von Mises,1881~1973)의 저서들을 만났고 그것이 그의 경제철학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미제스는 걸출한 자유주의 경제 사상가로서 <인간행동 경제학>, <자본주의 정신과 반자본주의 심리> 등굵직굵직한 책을 썼던 인물이다. 하이에크는 정신적 스승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고, 자유주의를 가장 열성적으로 옹호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주변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미제스 철학이 김재익의 행동과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김재익 박사가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당시에 출입기자로 활동하였고 훗날 문화일보 사장으로 재임하였던 손광식 씨의 회고가 실려있다.

지금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혼란스러운 주장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저마다 체험과 지식과감각에 바탕을 두고 나오는 의견들이 참으로 많다. 이렇게 숱한 대안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빠른 시간안에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훌륭한 경제철학과 이런 철학에 바탕을 둔 이론과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시행착오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이런 점에서 올바른 경제철학은 방향과 속도 그리고 방법을 제시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저자들은 “김재익이 어떤 이유로 미제스를 탐독하게 됐고, 왜 그의 사상에 그토록 심취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제스 사상을 접하게 되면 그의 이론이 정부개입을 주창한 케인즈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에 대한 그의 열정적인 신념이 지금이라도 해서 크게 달라질 바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인류역사의 어느 시점에나 보통 사람들의 욕망은 정부가 무엇인가를 더 많이 해 주기를 바라고 이런 바람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정부개입을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입하지 않아야 할 명문을 찾기는 힘들어도 개입해야 할 명문을 찾기는 너무 쉽다. 내가 미제스 철학을 접하게 된 것도 김재익 수석의 덕일 수도 있다. 1980년대 후반에 나는 연구소에 입사하였을 때 ‘자유주의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발간된 미제스 책을 두 권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자유주의 시리즈’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김재익 수석의 부탁내지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당시 20대 말이었던 필자에게 미제스 책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후에 내가 연구소를 만들어서 이끌게 되면서 ‘자유주의 시리즈’를 확대에서 3~4권으로 마친 번역 사업을 50여권 이상으로 확장하였다.
 
당시 나는 자유주의 철학에 바탕을 둔 정책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사람의 행동이란 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행동은 사고에서 나오고 그 사고는 철학의 인도를 받게 된다.

경제 정책은 특히 경제철학이나 사상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런 점에서 미제스를 필두로 하는 철학은 이른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의 많은 경제 문제들이 내가 보기에는 반자유주의 정책의 산물인데, 또 다른 일군의 사람들은 자유주의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힘들게 되었다고 비난한다.

젊은 날 한국 사회가 좀 나은 사회가 되는 지름길은 올바른 경제 철학의 토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아마도 김재익 수석 역시 그런 생각을 하였기 때문에 미제스 저서들을 국내에 소개하려고 했을 것이다.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시대가 새롭고 문제도 특이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현안과제들은 자유주의 처방으로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는 여전히 누군가 나를 위해 혹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그런 생각에 따라서 나라의 정책이 움직여 가고 있다. 자꾸 더 해주기 위해 정부가 나서는 데 왜 상황은 자꾸 악화가 되는 것일까? 이런 근본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은 여전히 초보에 불과하다.

훌륭한 사상과 이론은 비용을 줄여준다. 그러나 나쁜 사상과 이론은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고 문제는 문제대로 꼬이게 만들고 만다. 우리 사회가 자꾸만 문제를 꼬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김재익 수석의 미제스 애찬론은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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