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최재영 권두칼럼
여·야 이제 민생을 살릴 때다
최재영 | 승인 2013.10.10 10:57|(163호)



   

▲ 최재영
본지 대표이사
발행인

긴 추석 연휴의 정치담론 주제는 단연 채동욱 검찰총장이었을 것이다. 현직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논란은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수 있는 파급력을 갖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황교안 법무장관의 감찰 지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권력 내부의 파워게임 의혹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게다가 진실 싸움이 조선일보와 현직 검찰총장의 대결구도로 펼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긴장감을 높여준다. 이런 조건이 결합돼 있는 사건이다 보니 추석 밥상을 둘러싼 정치담론은 채동욱 총장에게 집중됐을 법하다. 그러나 궁금하고 화제가 됐던 얘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가슴을 치고 싶은 얘기는 역시 민생 문제였을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씩이나 직장을 갖지 못한 아들딸 얘기들, 전셋값이 너무 올라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야 할 판인 젊은 부부들의 눈물, 그리고 뼈 빠지게 일해봐야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가는 우리 시대 가장들의 한탄에는 보름달인들 환한 웃음으로 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절박한 민생의 고통은 이심전심으로 올 추석 연휴마저 아프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민생, 공감대는 형성됐다
정치권은 추석 민심에 예민하기 마련이다. 추석 민심은 정치담론의 용광로와 같아서 어떻게 여론이 형성되느냐에 따라 정세변화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뿐더러 여야의 정국 주도권 싸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여야는 서로 필요한 목소리만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마저도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민심의 바닥에 흐르는 거친 현장의 목소리는 감추기 어렵다. 그 목소리가 정치의 존재 이유이며 동시에 여론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추석 민심은 역시 민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다수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가 여전히 녹록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추석 민심을 듣고 난 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추석 연휴 동안 국민들께서는 산적한 민생 현안들이 해결되어 서민들의 생활이 더욱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왔다. 고향이 어디든 사회 곳곳에 온기가 퍼지는 복지정책을 펼치길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는 한결같았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이 추석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정부 첫 번째 추석 민심에 대한 집권당의 공식 논평으로 비교적 만족스러운 자세는 보였다.

장외투쟁 끝에 원내 복귀를 선언한 민주당은 당장은 국정원 개혁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회담에서 국정원 개혁에 대한 어떤 확신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스스로 원내 복귀를 선언한 민주당은 어떤 경우에도 국정원 개혁의 목소리를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벼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동시에 민주당은 민생문제를 대여 공격무기화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김한길 대표가 경기 안산에서 ‘민주-민생 살리기 4차 간담회’를 가졌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민생문제 역시 대단히 심각하다. 박근혜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등 대선 때 약속했던 공약들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
 
출범 6개월 만에 이미 민생포기 선언을 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쯤 되면 여야 모두 민생문제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으로 볼 수 있으며, 최소한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곧 추석 민심의 본질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진실로 민생문제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복지 공약을 못 지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양심의 자기충족이 아니라 공약과 정책의 한계를 직시하고 성장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공약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걸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말은 민생, 행동은 민폐
그런데 지난달 25일 여야 원내대표의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상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은 민생에 있다지만 속내는 이미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국정원 개혁안을 놓고서도 여야의 생각은 너무도 다르다.
 
‘최소 개혁’으로 가려는 새누리당과 ‘최대 개혁’으로 가려는 민주당이 과연 제대로 된 협상이나 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부터 앞선다. 민생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박근혜 정부의 일부공약안 후퇴에 대해 민주당은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다.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정부를 향해 ‘민생 포기’를 선언했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은 계속 화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 민생은 정쟁과 힘겨루기에 짓눌려 그 온전한 의미를 상실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말로는 앞다퉈 민생을 말하지만 행동은 민폐를 끼치는 무한 소모전이 심각하게 전개될 것 같다. 따라서 민생을 말하는 정치권이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민생문제로 절규하는 국민이 오히려 정치권을 걱정하는 형국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제자리를 잡기 어려울뿐더러 민생인들 논의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좀 더 냉정하게 보자. 추석 민심은 대통령과 여야 모두에게 회초리를 들었다. 어느 일방의 손을 들어 준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더 아파해야 하는 것은 새누리당이다. 과반의석을 가진 다수당이요, 집권당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끝나면 또 야당 탓을 할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국회선진화법’을 또 바꿀 것인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끌어안아야 한다.

굴복이 아니라 협조를 당부해야 하며, 상쟁이 아니라 상생의 파트너로 배려해야 한다. 정치 실종의 끝은 새누리당의 상처로 남을 것이며 더 크게는 박근혜 정부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줄 것이다. 물론 국민의 피해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민주당도 ‘국회선진화법’을 방패로 삼아 발목잡기를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되 협상에서 얻어야 할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다수당과의 협상이 순조로워진다. 그것이 대안정당으로서의 야당의 길이다. 추석 민심이 벌써 잊혀지고 있는 것일까. 최근의 정치권 기류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최재영  poeco@chol.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재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발행인 인사말회사소개정경시론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010)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1-11 한서리버파크 1405호  |  대표전화 : 02)782-2121  |  팩스 : 02)782-9898
사업자등록번호: 107-06-75667  |  제호 : 데일리정경뉴스  |  등록일자 2005년 5월  |  등록번호 : 서울아00449
발행일 : 2000년 4월  |  대표이사: 최재영  |  청소년보호책임자: 최재영
Copyright © 2020 정경뉴스.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