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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만에 ‘긴급조치 9호 위반’ 무죄 판결“재심 판결에 깊은 사죄와 존경의 뜻 담겨”
강경윤 기자 | 승인 2013.07.31 15:57|(161호)

[정경뉴스=강경윤 기자] 1976년 유신 시절 김대중, 문익환, 함석헌 등 당시 재야의 거물들이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감옥에 갇혔다.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비판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로부터 37년이 지난 7월 3일, 법원은 지금은 고인이 된 이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죄했고, 존경한다는 뜻까지 밝혔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은 법원의 이번 판결이 주목되고 있다.

   
▲ 대통령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실형을 받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확정 판결 3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3일 오전 이희호 여사(오른쪽 두 번째)와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오른쪽)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며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윤보선 전 대통령 등 두 전직 대통령 2명을 포함한 15명에 대해 서울고법 형사8부(이규진 부장판사)는 7월 3일 무죄 판결을 내렸다.

긴급조치 9호에 의해 구속된 김 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 등과 대법원에서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된 이후 37년 만의 무죄 판결이었다. 판결 직후 이희호 여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7년 만이다. 참 뭐라고 말할 수 없이 감개무량하다. 남편이 돌아가셔서, 이 사실을 아시면 하늘나라에서도 기뻐하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급박한 유신체제에 ‘민주 구국선언’으로 양심선언
긴급조치 9호가 선포됐던 1970년대 유신체제의 정국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김상진 할복 자살사건을 계기로 유신헌법 철폐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화 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이를 탄압하기 위해 정부는 1975년 5월 13일 긴급조치 9호를 선포했다. 1976년 3월 1일 명동성당. 지금은 고인이 된 김대중(2009년 작고) 전 대통령, 윤보선(1990년 작고) 전 대통령, 문익환(94년 작고) 목사, 함석헌(89년 작고) 선생, 정일형(82년 작고) 전 의원과 함세웅(71)·문정현(73) 신부, 이해동(79) 목사 등은 ‘민주 구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우정(2002년 작고) 전 민주당 고문(당시 서울여대 교수)이 묵묵히 낭독문을 읽어 내려 갔다.

“이 나라는 1인 독재 아래 인권을 유린하고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 우리는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긴급조치를 철폐하고, 민주주의를 요구하다 투옥된 민주 인사와 학생을 석방하라고 요구한다. 이 나라는 민주주의의 기반 위에 서야 한다. 민주주의 만세!”

   
▲ 1976년 3월 1일 민주 구국선언문 발표 후 명동성당 앞에서 촛불시위 중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김대중기념사업회

검찰은 20여 일 뒤 “일부 재야인사가 반정부 분자들을 규합해 긴급조치 철폐·정권 퇴진 등을 요구하는 불법적인 구호를 내세워 정부 전복을 선동했다”며 김 전 대통령 등 가담자들을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그해 12월 서울고법은 김 전 대통령 등에게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정 전 의원 등에게 징역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듬해 3월 판결을 확정했고, 피고인들은 옥살이를 했다. 긴급조치 9호가 1979년 12월 7일 해제되기까지 4년여 동안 민주주의의 암흑기로서 8백여 명이 구속됐다.


“피고인들 헌신과 고통, 민주주의 기틀 됐다”
이번 판결에 고인들의 빈자리가 아쉬웠지만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법정을 떠나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웠다. 엄혹한 유신시절의 끝이 보이지 않던 시기에 민주화를 위해 양심선언을 택했던 이들의 명예가 뒤늦게나마 회복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이번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긴급조치 9호는 문제가 많았다”면서 “피고인들의 인권을 위한 헌신과 고통이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 됐다. 재심 판결에 깊은 사죄와 존경의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ggangky@mjknews.com

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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