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뉴스=강경윤 기자] 1950년 6월 25일에 발생한 한국전쟁으로 한반도가 겪은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400만여 명의 인명 살상과 1000만여 명의 이산가족, 그리고 230억 달러로 추산되는 전 국토의 재산 손실 등. 한국전쟁은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으로 3년여 만에 끝나고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키며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밝은 오늘이 있기까지는 피한 방울 섞이지 않은 21개국 UN 연합군의 희생이 따랐다. 오는 7월 27일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해외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우리들 가슴속에서 잊혀져가는 요즘 그들의 노고를 잊지 않고 함께 나누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전쟁기념재단(www.kwmf.kr) 김인규 이사장을 만났다.

“미국은 한국전쟁 정전협정 60주년인 올해를 ‘한국전쟁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기념행사도 추진합니다. 참전용사의 경우는 영웅으로 대접합니다.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 참전용사뿐만 아니라 UN 21개국의 해외 참전용사의 희생에 대한 의식이 많이 부족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김인규 이사장이 인터뷰 서두에 던진 한마디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하는 대한민국에 뼈 있는 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한국전쟁 이후 전 국토의 황폐화 속에서도 그동안 한국인 특유의 불굴의 도전 정신과 근면성실함을 바탕으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그치기까지 이 땅 위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UN 21개국의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데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해외 참전용사 126만여 명이 참전해 15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45만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국전쟁기념재단, ‘전쟁을 기억’하고 ‘교육으로 보답’
한국전쟁기념재단은 이러한 해외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그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해 함께 나눈다는 의미인 ‘We Remember And Share’를 슬로건으로 그들의 희생을 소중히 하며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후손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설립됐다.

▲ 2009년 12월 당시 방송협회장이었던 김인규 이사장(오른쪽)이 드라마 ‘아이리스’에서열연을 펼쳤던 연기자 김소연과 김승우 와 함께 군부대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했다.

2010년 6월 창립된 한국전쟁기념재단은 6·25 전쟁 영웅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산 증인인 백선엽(예비역 대장) 초대 이사장의 뒤를 이어 현재 김인규 전 KBS 사장이 제3대 이사장을 맡아 세계 평화를 위해 혼신을 바치고 있다. 또한 한국전쟁기념재단은 ‘교육으로 보답하겠다’는 창립 이념으로 받은 나라에서 갚는 국가로 전 세계에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설립됐다.

김인규 이사장의 임기는 4년이다. 그는 임기 동안 봉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재단을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과 함께 넉넉하지 못한 재단 재원을 든든하게 하는 일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100% 민간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장학 재단인 만큼 국민들의 관심과 나눔봉사 정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인규 이사장은 최근 갑자기 만나자는 모 사업가로부터 5천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전쟁의 아픔을 겪은 전쟁세대이기도 한 그 사업가는 김 이사장에게 “오랫동안 해외 참전용사들을 위해 보은하는 마음으로 후원금을 내고 싶었는데, 마침 한국전쟁기념재단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뜻깊은 일에 후원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 김인규 이사장(가운데)이 지난 1월 29일 전쟁기념관 홀에서 '정전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정전 60주년의 의의를 알리고, 보은행사를 해야 한다는 재단 뜻에 크게 공감하는 이들이 많아서 따로 모금운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뜻을 같이 한 국민들이 스스로 도와주어 잘 운영되고 있다. 다만 대학 등록금 지원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지원금이 더 많이 필요해 모금운동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받은 나라에서 갚는 국가로’
한국전쟁기념재단의 기본사업은 해외 참전용사 후손을 위한 장학사업이다. 김인규 이사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고마운 분들이 있습니다”면서 “이 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다는 것을 이제 우리가 실천으로 보여줄 때입니다. 그 첫걸음으로 한국전쟁기념재단은 참전용사 후손들의 한국 유학을 돕게 되었습니다. 받았던 나라에서 갚는 국가로, 교육을 통해 보은하고자 합니다”라며 사업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은 지난 2010년 설립되어 그동안 총 345명의 장학생들에게 희망장학금을 전달해오고 있다. 특히 더 많은 해외 참전용사들의 후손들에게 질 높은 교육과 리더로서 성장의 기회를 주기 위해 2013년부터는 장학사업을 대폭 확대 중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UN 21개국 중 그리스, 터키, 에티오피아, 태국, 필리핀, 콜롬비아의 현지 초·중·고등학생 중 국가별 40명씩, 총 240명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과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6개국에서 유학 온 15명의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들에게는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 국내 11개 대학과의 MOU를 통해 학비, 기숙사비, 어학원비를 면제하고, 재단이 월 50만원씩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김 이사장은 “해외 참전용사들의 후손들에게 장학사업을 펼침으로써 보은을 함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그들의 손자, 손녀들이 한국에 대해 재인식을 함으로써 한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 한국전쟁기념재단 김인규 이사장(왼쪽)이 지난 2011년 12월 1일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 해외 참전용사 후손 장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해외 참전용사 후손들과의 만남
김 이사장이 해외 참전용사 후손 한국 유학생들을 처음 만난 식사 자리에서 “60년 전 당신들의 할아버지들이 생면부지의 나라인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바친 고귀한 희생에 감사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 분들의 용기를 바탕으로 세워졌다”고 건넨 첫마디에 한 장학생은 “우리들을 잊지 앉아줘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셔서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감사 인사 후 되돌아온 그들의 진심 어린 마음에 김 이사장은 장학생들과 세대를 넘어 피를 나눈 형제로서의 뜨거운 악수를 오랫동안 나누었다고 한다. 김 이사장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할아버지로부터 어려서부터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온 그들은 전쟁 당사자인 우리보다 한국전쟁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과 자신들 국가와의 전쟁으로 맺어진 인연에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특히 태권도를 열심히 배우면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던 할아버지 덕분에 터키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까지 된 터키 참전용사의 후손 투르굿과 돌아가신 아버지의 전장일기를 읽다가 한국에 빠져 변호사 생활을 접고 터키에서 한국으로 공부하러 온 부라크 등 모두가 한국을 알고 싶다는 열정으로 가득한 적극적인 학생들이었다.

김 이사장은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외에는 한국어를 할줄도, 알아듣지도 못하는 장학생들이 재단과 MOU를 체결한 우리나라 11개 대학교의 도움으로 1년 동안 열심히 한국어를 공부해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등 한국 속담까지 써가며 말을 건네올 때, 순천향대와의 의료지원 MOU를 통한 양질의 진료를 받아 한국에 왔을 때보다 살이 붙어 건강해지고 표정도 밝아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아벨, 콜롬비아 참전용사 후손 크리스티안의 모습을볼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뿌듯함을 느낍니다”라며 장학사업을 통해 느낀 보람을 설명했다.

남북 ‘게임의 룰’ 변화할 때
한국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사업과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포성은 멎었지만 현재까지도 긴장이 계속되는 얼어붙은 한반도에 통일이라는 ‘봄’이 하루빨리 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남북 당국회담 무산으로 한반도 평화의 길은 멀기만 하다. 김 이사장은 “격과 급을 따지다 이번 남북회담이 무산되어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제 남북관계 게임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면, 이번 우리 측 대응은 나름대로 평가할 만하다고 봅니다”면서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일방적이었습니다. 북에서 편한 대로 진행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합니다”라고 설명했다.

▲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Mark Wayne Clark)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및 중공 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사이에서 체결된 정전협정 서명서.

이어 김 이사장은 “핵과 도발은 철저히 용납하지 않고, 가차 없이 대응하되 별도의 교류나 협력은 확대해 상호 이익을 도모하자는 것으로 봅니다. 북이 정하는 일방적 게임의 룰을 더는 따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라며 “북한으로선 당황스럽겠지만 긴 안목으로 보고 적응할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측 분위기는 보수층뿐만 아니라 젊은 층으로 내려갈수록 대북 인식이 적대적이라는 전문기관의 조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북한이 주의 깊게 눈여겨보고 고려해야 할 대목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남북 당국회담 무산이 크게 낙담할 일만은 아닌 것은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보면 대화가 이뤄지기까지 항상 여러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길게 보면 결국 남북 간 대화는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한반도에 진정한 봄은 옵니다”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진정한’ 평화를 위해
전 세계를 통틀어 전쟁이 휴전인 상태로 60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다. 정전으로 남과 북이 휴전선을 마주 보고 총포를 겨누고 있는 긴 시간 동안 한반도는 극도의 긴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당사자만이 아닌 미국,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과의 공조도 필요하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이 ‘정전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도 출범한 이유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로 정전 60주년을 맞는 한반도를 미국, 중국, UN 등에 알리고 ‘한반도에 진정한 봄이 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 블랙쉐어 M. 브라이언 소장(왼쪽 두번째)과 북한군 이상초 중장(오른쪽 세번째)이 1953년 7월 28일 군사정전위원회 첫 번째 본회의를 갖고 있다.

정전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한반도에 봄이 옵니다. 정전을 넘어 평화로’를 주제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7개 사업을 개최한다. 정부 행사로 지정된 ‘UN 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콘서트’와 ‘DMZ 155마일 평화대장정(엄홍길 휴먼재단공동 개최)’을 비롯해 ‘해군 순양함대 3대 참전국 방문’, ‘한반도 평화 대토론회’, ‘남북 공동 미술대전’, ‘정전 60주년 아주 특별한 만남(정전회담에 참석했던 백선엽 장군과 미국 리처드 언더우드의 재회)’, ‘평화콘서트’가 그것이다.

UN 참전국 교향악단 평화콘서트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21개 각 나라에서 적어도 1명 이상의 음악가가 참여한다. 이렇게 구성된 30여 명의 연주자와, 한국인 연주자 30여 명 등 60여 명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며 소프라노 신영옥 씨 등 세계적인 성악가들도 참여한다. 추진단장은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맡는다. 교향악단은 7월 26일 도라산역과 7월 30일 부산 문화회관에서 두 차례 공연할 예정이다.

김인규 이사장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종전이 아닌 정전이란 특수상황을 널리 알리고 긴장 완화를 위해 전환점을 삼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유엔군을 조직하기로 했습니다. 6.25전쟁때는 총을 들고 온 그들이 이번엔 악기를 들고 와 평화를 노래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라산역 공연은 정전 기념일(7월 27일) 행사의 전야제 성격을 갖는다. 기념일 당일 정부 기념 행사와 연계해 비정부기구(NGO)인 한국전쟁기념재단이 공연을 기획·주관한다. 국가보훈처와 외교부 등도 협조해 해외 참전국 용사들과 정부 인사들의 참석을 돕기로 했다.

김태영 추진단장은 “정전 6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국내외 음악인으로 구성되는 교향악단은 남북관계의 긴장을 해소하고 세계 평화를 노래하는 뜻깊은 음악회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인터뷰를 끝으로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한국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겠습니다”라며 “한반도에는 아직도 긴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얼어붙은 한반도에 통일이라는 봄이 하루빨리 올 수 있도록 이 사업에 우리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김인규 이사장과 한국전쟁기념재단의 활동으로 앞으로 한반도에 봄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김인규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 프로필
학력
1968 경기고 졸업
1973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1977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2007 성균관대 대학원 언론학 박사
경력
1973 KBS 입사(기자, 공채 1기)
1990 보도국 정치부장
1993 워싱턴 특파원
1997 보도국장
1998 부산방송총국장
1999 정책기획국장
2000 뉴미디어본부장
2004 한국방송기자클럽 부회장
2005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회장
2006 한국방송학회 부회장
2008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초대 회장
2009.11.24 KBS 사장
2011.11 ABU(아시아태평양 방송연맹)회장
2013. 1. 8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
상훈
1983 국회의장 표창(제70차 서울 IPU 총회 유공)
1999 교육부장관 표창(결식아동돕기 공로)
2000 대통령 표창(ASEM 서울총회 유공)
2013 은탑산업훈장(디지털 방송전환 유공)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회
이사장     김인규 전 KBS 사장
부이사장 이기수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장
               서교일 순천향대학교 이사장
               이사 전영기 JTBC 앵커
               배희숙 ㈜이나루 티앤티 대표이사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 국제진료소장
               방석호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김택환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교수
               이정호 우리투자증권 이사
               서대원 중앙대 초빙교수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6-101-339459
국민은행 523201-04-047491
SC제일은행 569-20-081534
신한은행 140-009-324661
농협 301-0085-9876-41
(예금주: 재단법인 한국전쟁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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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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