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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육사교장 육군 중장 박남수투철한 군인정신, 살신생군(殺身生軍)의 표상 “절제, 정직과 용기, 책임과 부하사랑 DNA는 나라를 구하는 길”
안병용 기자 | 승인 2013.06.28 19:18|(160호)

대한민국 최고의 호국간성을 육성해내는 육군사관학교. 지난 5월 국가안보의 중추인 장교를 길러내는 최대의 장교 양성 요람에서 ‘성폭행’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이로 인해 육사 최고 지휘관인 학교장이 제복을 벗어던졌다. 중장 박남수 장군(육사 35기)은 “리더는 깨끗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변명이 아닌 행동으로 무인(武人)의 모습을 보였다. 박 장군은 육사가 실추된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떳떳이 책임지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26사단장에 이어 합참 작전기획부장과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을 거치며 막강한 군 수뇌부로서 탄탄한 신망을 받아온 박 장군은 한 톨의 미련도 없이 40년 군 인생을 마감했다. 4성 장군을 바라보던 그는 왜 옷을 벗어야만 했을까. 초유의 사태에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한 박남수 장군의 무인정신을 재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 박남수 전 육군사관학교장. 그는 명예를 지킬줄 알고 책임질 줄 아는 군인으로 진정한 무인정신을 보여줬다.
본지 취재팀은 박 장군이 이임식을 마친 후 인터뷰를 하려고 자택까지 찾아가 수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사자(死者)는 말이 없는 것처럼 “지금까지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한 적이 없다”며 정중히 거절하여 박 장군의 주변 지인들과 측근을 통해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

6월 17일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제50대, 51대 학교장 이취임식이 열렸다. 박남수 장군이 교내 성폭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인해 전역 의사를 표명한 지 18일 만이었다. 박 장군은 일가친지와 지인들을 전혀 초대하지 않았다. 부끄러워서가 아니었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떠나는 지휘관으로서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후임 고성균 소장에게 깨끗이 자리를 물려주고 그는 본인의 차량을 타고 자리를 떠났다.

40년간 초심(初心)의 자세로 군인의 외길을 걸어온 박 장군은 평생의 꿈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던 육사를 그렇게 떠났다.

아뿔싸… 성폭행이라니
더위가 유난히 일찍 찾아온 올해, 무더위는 육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육사 생도의 날’ 축제기간이었던 지난 5월 22일 오전, 육사에서는 체육활동이 있었다. 그리고 점심식사를 겸해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교수와 교수직원, 전공학과 생도 등 총 37명이 교내에서 음주 회식을 가졌다.

육사에서는 본래 ‘3금’이라 하여 금주·금연·금혼을 지켜왔다. 하지만 2011년부터 교관의 임석 하에 음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한 바 있다. 당초 금기시해왔던 금주인 만큼 육사에서도 무리한 음주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중 여생도 한 명이 무리를 했던 모양이다. 2학년 피해 여생도는 술을 열 잔 정도 마셨으며 회식 도중 지도교수 인솔 하에 동기 여생도와 함께 생활관에 복귀했다. 30여 분 뒤인 오후 2시 15분께 가해 남자 생도는 여생도의 방을 방문했고, 이후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곧 다른 생도들에게 발각됐다.

당시 회식 참석자들이 나눠 마신 술은 소주 30병과 맥주 72캔이었으며 합동조사단은 허용 범위를 넘어선 음주 탓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 장군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30일 전역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육사뿐 아니라 군 전체가 신뢰를 잃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떳떳이 책임지길 원했다.

곧장 인사권 총책인 조정환 육군참모총장(대장)을 찾아갔다. 경고 내지 보직 해임이 유력시되고 있는 와중에 아예 옷을 벗겠다고 밝혔다. 누구보다 군인다운 군인으로서 차기 최고위 군 수뇌부로 지목받고 있던 박 장군이었기에 조 총장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박 장군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대해 모든 책임은 교장인 제가 질 테니 여러 부하들의 희생을 막아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조 총장은 “가슴 아프지만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격려하는 선에서 전역을 받아들였다. 박 장군은 또한 전역 결정을 만류하는 지인들에게도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덕목이 개인이든, 조직의 리더이든 깨끗이 책임질줄 모르는 것이다.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습이 외부에 비친다면 누가 군을 신뢰하겠는가”라며 의지를 꺾지 않았다.

순간적인 충동으로 육사의 명예를 일순간에 실추시킨 한 생도의 잘못으로 인해 훌륭한 군 최고 지휘관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옛 말에 도둑을 맞을려면 개도 안 짖는다는 말처럼 도둑 하나에 지킴이 열 명이 못 당하듯이 아무리 관리 감독이 철저했다한들 상식적으로 생각 할 때 백주 대낮에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 줄 꿈엔들 상상이 나 했겠는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유분수이지 억울하게 당한 박 장군의 희생은 하늘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워져 있는 고 강재구 소령의 동상. 박 장군은 고 강재구 소령 못지않은 투철한 군인정신을 보여줬다.
참군인의 표상, 박남수 장군은 누구
박 장군은 강원도 춘천 출생으로 육사 35기로 군에 투신했다. 제26기계화보병사단장,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 합참 작전기획부장, 수도방위사령관 등을 거쳐 육사 학교장에 취임한 경력으로 볼 때 멀지 않아 육군참모총장까지도 무난한 인물로 군·민(軍·民)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지난해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육상경호경비사령부를 지휘하며 빈틈없는 대테러작전 및 경호작전을 수행해 성공적 회의 개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는 탁월한 군사적 식견과 덕망을 겸비하고 우리 군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온 전문가로 평가받아왔다. 그렇기에 그의 능력과 인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이번 사건으로 물러난 것을 더욱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특히 군에 있을 때 직속상관으로 모셨다는 이 모(가명)씨는 박 장군은 정작 약주도 하지 않는데 술로 인한 사건으로 그만두게 된 것을 생각할 때 너무 충격적이라며 한숨과 함께 탄식했다.

인터넷으로 박 장군의 전역소식을 전해들은 네티즌들도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아이디 여한연은 “당당히 책임을 지는 태도가 존경스럽다. 나중에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으리라 믿는다”고 글을 남겼으며, Boaz cho는 “진정 군인다운 결정이다. 책임을 질줄 아는 박 장군 같은 사람이 사회 전반에 많아야 된다”라면서 “차후 육사생을 뽑을 때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품을 눈여겨볼 것”을 당부하기도 하는 등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국내 유수 언론에서도 ‘박 장군은 책임질줄 아는 리더’, ‘살신생군’ 등으로 높이 평가했다.

박 장군은 군인으로서 그동안 청렴결백하게 살아왔으며 효자로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그는 3성 장군임에도 불구하고 셋방살이를 면치 못했다. 또한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을 지금부터라도 잘 모시고 살아야 한다며 함께 지내오고 있다. 호랑이 밑에 고양이가 성장하지는 않는 법. 측근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그의 외아들은 아버지가 고위 군 장성임을 전혀 알리지 않았고 육군에 입대하면 아버지에게 부담 드릴까 생각해서 백령도 최전방 해병대에 지원하여 근무하면서 충실히 군 생활을 마쳤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군 생활 당시의 동료들과 주위 사람들은 역시 부전자전 혈통은 못 속인다며 감동했다. 박 장군 부인 피은희 여사 역시 마음은 아프지만 남편의 정의로운 군인정신으로 내린 훌륭한 결단에 존경한다는 뜻을 표하며 위로했다는 후문이다.

박 장군은 전역 이후 현재까지 외부에 전혀 본인의 동정을 알리지 않고 조용히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후 40년 군 생활의 경험을 살려 미국에서 국방·외교·안보 분야의 공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남수 장군은 육사생도들에게 명예를 가르쳤다
육사에서 시험 칠 때는 시험감독관이 없다. 그만큼 도덕성과 명예심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육사는 그토록 생도들에게 ‘도덕성과 명예’를 목숨보다 중시하도록 강조한다. 도덕성과 명예를 스스로 저버린 생도가 있었기에 이를 가르쳐온 ‘스승’으로서 박 장군은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내색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질타를 가했을 뿐. 40년 군 생활을 마감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어느 지휘관도 옷을 벗으라 명령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덕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마음으로 용퇴하였다. 온갖 변명과 핑계만을 대는 작금의 우리나라 지도층에게 ‘책임’이 무언인지 가르쳐줬다. 명예를 가지고 필승의 군 생활을 이어가야 할 후배 생도들에게 ‘명예’의 중요성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책임을 넘어 스스로 자신을 죽임으로 육사뿐 아니라 군 전체의 명예를 지키며 지도자와 무관으로서의 근본을 보여줬다. 박 장군은 고 강재구 소령처럼 한 남자 생도가 육군사관학교 화랑 연병장에 던진 폭탄을 온몸에 끌어안고 장렬하게 산화한 위대한 군인이었다.

박 장군은 고 강재구 소령 못지않게 살신생군의 정신으로 대한민국 군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며, 군·민 모두에게 두고두고 귀감이 됨과 동시에 투철한 그의 군인정신은 길이 빛날 것이다. 박남수 장군은 육군사관학교 이임사를 통해 “육사에서 여러분들이 얻어가야 할 것은 미래 호국간성으로서 지녀야 할 지식과 기술도 있지만, 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군인의 DNA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제, 정직과 용기, 그리고 책임과 부하사랑의 DNA는 후에 결정적 시기에 여러분을 구하고 나라를 구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국가의 위령 힘입어, 작은 영예 차지했건만 상관과 백성의 높은 사랑, 분에 넘치네. 몸은 비록 장수나, 세운 공 티끌만큼 보탬 안 되고 입으론 교서 외나, 부하 보기 얼굴 부끄럽기 한이 없네”라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한 부분으로 이임 소감을 갈음하면서 긴 여운을 남기고 정든 육사 교정을 홀연히 떠났다.

   
▲ 박근혜 대통령이 3월 8일 계룡대에서 열린 2013 장교 합동임관식에서 임관 장교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남수 전 육사교장 이임사

오늘 이 자리를 주관하여 주시는 참모총장님 감사 드립니다.

학교장 부임 후 학교장을 성심성의껏 보좌한 참모들, 생도 교육에 헌신하고 있는 교수들과 훈육요원들 감사합니다. 생도 교육 지원에 최선을 다해준 기간장병, 군무원 여러분 감사합니다.

오늘도 미래의 안보 리더가 되기 위한 수련에 여념이 없는 70, 71, 72, 73기 사관생도 여러분, 학교장은 여러분들을 깊이 신뢰합니다. 육사에서 여러분들이 얻어가야 할 것은 미래 호국간성으로서 지녀야 할 지식과 기술도 있지만, 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은 군인의 DNA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절제, 정직과 용기, 그리고 책임과 부하사랑의 DNA는 후에 결정적 시기에 여러분을 구하고 나라를 구할 것입니다.

후임 고성균 장군에게 무거운 짐을 남기고 갑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입니다. 우리 육군사관학교가 다시금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관학교로 거듭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학교장 이임 소감을 제가 평소 좋아하던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한 부분으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仗社稷威靈 粗立薄效 장사직위령 조립박효
寵榮超躐 有踰涯分 총영초렵 유유애분
身居將閫 功無補於涓矣 신거장곤 공무보어연의
口誦敎書 面有慚於軍旅 구송교서 면유참어군려

국가의 위령 힘입어, 작은 영예 차지했건만
상관과 백성의 높은 사랑, 분에 넘치네.
몸은 비록 장수나, 세운 공 티끌만큼 보탬 안 되고
입으론 교서 외나, 부하 보기 얼굴 부끄럽기 한이 없네.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 안녕히 계십시오.
우리 육사가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그 가치가 빛날 그 날을 기원합니다.
                                                                             제50대 육사교장 육군 중장 박남수

안병용 기자  byahn@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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