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정경뉴스=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미중 정상, 대북 제재 협력 강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6월 7~8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세기의 회동’을 가진 뒤 톰 도닐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각각 별도로 기자들에게 브리핑했다. 북한 핵 문제는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였고, 두 사람의 브리핑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먼저 도닐런 보좌관의 설명을 들어보자. 도닐런은 우선 이번 회담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얼마나 획기적인 것이었는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런 뒤에 곧바로 북한 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지난 밤 만찬 회동에서 우리가 안보 문제 등 포괄적인 양국 간 이슈를 논의했다. 우리는 지난 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여러분이 원하면 내가 그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도닐런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8일 오전에 약 50분에 걸쳐 통역만 대동한 채 일 대 일 대화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다시 북한 문제를 꺼내기 시작했다.

“내가 말한 대로 지난 밤에 우리는 북한 문제를 장시간 논의했다. 그 문제를 몇 분 동안 얘기하고 싶다. 내가 말한 대로 지난 밤 만찬에서 중요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 문제를 취재하고 있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중국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중요한 몇 가지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중국이 분명하게 북한에 메시지를 보냈다. 중국은 대북 제재 이행 강화 조치를 취했고, 중국 지도자들이 나서서 공개적으로 성명을 냈었다."

미중 정상은 지난 밤에 북한 문제가 양국이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핵심 분야라는 데 합의했다. 두 정상은 북한이 비핵화를 해야 한다는 데 합의했고, 두 나라 모두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두 정상은 비핵화 실현을 위해 미중 양국이 협력과 대화를 확대하기로 했다.

▲ 미중 정상회담 중 캘리포니아 랜초미라지에 있는 사유지 서니랜즈에서 더위를 견디며 회담을 진행한 오바마와 시진핑. (AFP=뉴스1)

오바마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강조한 게 있다. 그것은 우리가 북한이 제기하고 있는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과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양측은 북한의 확산 능력을 제어하고,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경제 발전이 병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북한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가 이문제에 관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고, 우리의 목표를 함께 달성하려고 매우 조심스런 방법으로 협력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우리는 북한 문제에 관한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함께 취해나가기로 절대적인 합의를보았다.

도닐런의 모두 발언이 끝난 뒤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첫 질문은 사이버 해킹 문제였다. 두 번째 질문은 어김없이 북한 핵 문제였다. 미중 간에 앞으로 어떤 대화가 진행될 것이냐는 게 질문의 요지였다. 도닐런이 마이크를 잡았다.

“북한 문제에 관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목표에 관해 완전한 합의를 보았다는 점이다. 그것은 비핵화이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해야 한다는 데 완전한 합의를 보았고,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함께 취해야 한다는 데 완전한 합의에 이르렀다."

북한 문제 공조 이유
왜 그런가. 잠시 여기서 동기 문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어떻게 중국과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동일한 시각을 갖게 됐고,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에 전면적인 불용 입장을 갖게 됐는지 보자. 나는 이렇게 본다. 그것은 북한 문제가 몰고올 충격 때문이다.

북한이 만약 핵무기 개발을 계속 강행하고, 핵무기 확산국이 되면 그것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전에도 얘기했듯이 말이다. 또한 북한이 동북아 지역의 안보를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은 동북아의 나머지 지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분명히 원하지 않는 상황을 지켜볼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 결과는 미국도 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재 본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강행했을 때 어떤 영향과 충격이 나타날지 우리가 공동으로 그 위협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 톰 도닐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도닐런의 브리핑이 끝나갈 무렵 다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다. 6자 회담 재개,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 탈북자 북송 문제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도닐런이 이번에는 비교적 짤막하게 설명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이 중요하고, 북한에 지속적인 압력을 가함으로써 북한이 분명한 선택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6자 회담에 관해서도 얘기가 나왔다. 그것은 진정성 있고, 신뢰할 만한 대화가 진척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북한이 그런 대화의 잠재적인본질에 관한 공약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탈북자 문제는 이번에 논의되지 않았다.”

도닐런이 브리핑하는 시간에 양제츠 중국 국무 위원도 중국 기자 등을 상대로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양 위원은 도닐런과는 달리 북한 문제에 관해 비교적 간결하게 대강의 윤곽만을 제시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설명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안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핵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 문제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기본 입장과 목표는 같다. 현 시점에서 긴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즉각적으로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다.”

도닐런 보좌관과 양 위원 간 브리핑에서는 북한 문제에 대한 온도 차이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도닐런은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 중의 하나로 중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과 적극 협력하기로 약속한 점을 꼽고 있다. 양 위원은 그러나 혈맹으로 불리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두 정상간 논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일반적인 원칙만을 강조하는 신중한 태도로 일관했다.

‘고립 속 생존’에 익숙한 북한
이제 관심의 초점은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 무려 8시간 동안이나 대화를 하면서 북한 문제에 관해 밝힌 입장과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향후 대북 정책 변화 여부이다. 워싱턴 DC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상당히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북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이 핵무기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굴복시키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서니랜즈에서 열린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 구원자이고, 에너지 제공자인 중국이 젊은 지도자 김정은을 어떻게 굴복시킬지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해 밝혔다”고 미국 측 관리 두 명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은 (북한의) 행동 변화가 있을때까지 김 위원장과 직접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미국의 한 정부 관리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관리들이 드디어 핵 무장하는 북한을 어떻게 억누를지 동일한 입장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만약 시 주석이 그 약속을 행동으로 옮기면 이것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중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이 현재와 같은 길을 따라가면 한국과 일본이 핵 개발 유혹에 빠지고, 미국은 더욱 많은 병력을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미국 측의 입장에 시 주석이 동의한 것으로 보였다”고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6자 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의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중국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지적했다.

시 주석의 대북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6월 27일부터 중국을 국빈 방문할때부터 분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한국-미국-중국 간 3각 공조체제에 협력하게 되면 북한은 사면초가에 빠진다. 한국은 김규현 외교부 차관을 내세워 이 같은 공조체제를 다지고 있다.

김 차관은 한중 차관급 전략 대화를 위해 6월 3일 중국을 방문해 한반도 정책 핵심 책임자인 왕자루이 당 대외연락부장 등과 연쇄 접촉했다. 김 차관은 곧 이어 6월 10일부터 미국을 방문해 미중 정상회담 이후 한미, 한중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차관은 중국과 미국 방문을 마친 뒤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변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이 ‘신형 대국 관계’를 형성하려면 미국의 핵심 이익을 지켜줘야 한다. 북한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 아니지만 미국의 핵심 이익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제3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강행했다. 이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저항이다. 북한이 중국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네 하고 싶은 대로 한 것이다. 중국이 이런 북한을 가만 놔두면 국익에 손상을 입는다.”

뉴욕타임스에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북한의 행동 변화가 없으면 북한 측과 직접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이는 곧 북한이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시 주석이 당분간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직접 만나 북한 핵 보유국 불인정, 북핵 불용 원칙에 합의한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9·19 합의 등은 모두 실무자 간에 이뤄진 것이다. 중국과 미국 등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을 보면 한반도가 지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상황이다.

김 차관의 설명대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한국-미국-중국 간 3각 공조체제로 북한이 수세에 몰리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그 어느 나라보다 ‘고립 속 생존’에 익숙하다. 북한이 사실상의 핵 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내세워 어디로 튈지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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