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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당, 이념적 프레임을 깨야 한다
정경NEWS | 승인 2013.06.28 16:32|(160호)

   
▲ 박상병 시사평론가 정치학 박사 본지 편집이사
안철수 신당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창당 여부를 넘어서 이번에는 최장집 이사장이 아예 ‘대안 정당’이라고 규정했다. 게다가 안철수 정당의 이념적 자원까지 ‘진보적 자유주의’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보적 자유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대안 정당으로서 안철수 신당이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는 뜻이다.

사실상 양당제로 고착화되고 있는 한국 정당체제에서 제3의 정치 세력이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이란 것이 민주당과 비슷한 또 하나의 야당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닌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진보적 자유주의와 기성 정당체제
한국의 정치지형을 이념적 프레임으로 단순화시키면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새누리당의 보수주의 정당이 있고, 진보정의당과 민주노동당 등으로 대변되는 진보주의 정당이 있다. 그 중간에 민주당으로상징되는 자유주의 정당이 있다.

물론 단순화시켰을 뿐이다.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민주당은 때로 보수주의 정당에 가까울 때도 있으며, 또 어떨 때는 진보 정당에 버금갈 정도의 이념적 진보성을 노정시킬 때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인적 구성도 보수적인 인사들부터 진보 정당에 더 어울리는 인사들까지 새누리당보다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편이다. 그래서 고비 때마다 정체성 논란이 빚어졌으며, 정체성을 명분으로 당내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배경이었다.

그런데 안철수 신당이 진보적 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민주당 정체성이 수세적으로 몰리게 됐다. 자칫하면 보수주의 정당으로 치부되거나 최소한 보수적 자유주의의 틀에 갇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이 일찌감치 진보적 자유주의는안철수 의원이 독점할 수 없다고 브레이크를 건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대표하느냐를 놓고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이 경쟁관계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적 자유주의가 뭐길래 벌써부터 양측이 공방전을 주고받는 것일까?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최장집 이사장은 인간의 평등과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진보적 자유주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보적’인 것의 개념을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시장의 과잉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사회경제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신당 문제가 초기단계여서 구체적인 알맹이가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윤곽으로 볼 때 안철수 신당의 이념적 지평은 사실 민주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 이뿐인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도 일부 과제에서는 신자유주의 폐해를 극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민주화법을 입법화하고 공정 경쟁을 강조하면서 중소기업 발전을 역설하는 스탠스는 이명박 정부에서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 화두를 주도하면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양극화의 문제점을 해결코자 하는 것이다. 엄격히 말한다면 이런 정책기조는 진보적 자유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일부 정책에서 안철수 신당의 정책기조는 박근혜 정부의 그것과도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간단한 결론을 도출해보자. 안철수 신당에서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민주당의 이념적 기반과 거의 비슷한 범주에 있으며 일부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맞물린다. 따라서 이념적으로는 기성 정당과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단순히 민주당과의 주도권 경쟁, 선명성 경쟁이면 몰라도 차별성을 강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진보적 자유주의를 놓고 이론적 논쟁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 정치권이 그런 논쟁을 할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안철수 의원의 ‘새로운 정치’가 내포하고 있는 백미는 기존의 정당체제가 구축한 독점적 기득권 체제를 깨뜨리는 것이다. 그 독점적 기득권 체제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적대적 공생관계’를 구축하면서 한국정치 발전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치’의 가장 대표적인 ‘공공의 적’인 셈이다.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이념과 지역을 양대 축으로 펼쳐지는 진영논리에 의존한다.

선거 때만 되면 영남과 호남, 보수와 진보를 기반으로 총력 대결을 펼쳐온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따라서 안철수 신당은 이러한 진영논리를 거부하고 적대적 공생관계의 틀을 깨는 것이 기본이다. 거기서 새로운 정치의 다양한 자원들이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신당은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기존의 틀 속에 편입돼버렸다. 이점에서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를 묻는다면 딱히 답변할 내용이 궁색하다. 지긋지긋한 이념적 공방전에 ‘새로운 정치’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념이 좌우로 이동하는 축에서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또 하나의 정당’이면 몰라도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새로운 정당은 이념의 좌우 이동이 아니라 그 이념의 틀을 깨는 ‘구체로의 상승’이어야 한다. 따라서 그 구체성의 그릇에 ‘진보적인 것들’을 담아내야 한다. 이를테면 노동의 가치와 비정규직의 눈물, 가계부채의 폭발성과 중산층 붕괴, 그리고 정치 쇄신과 권력기관의 민주화 같은 다양한 담론을 담아내야 한다.

진보적 자유주의에서의 ‘진보성’은 거기서 차별화되고 새로워야 했다. 그래야 민주당을 견인할 수 있고, 대안을 놓고 고민하며 그 해법을 마련하는 ‘새로운 정치’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안철수 신당이 탄력을 받는 시점에서 터져나온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은 썩 유쾌하지가 않다. 내용의 빈곤도 문제지만 접근방식 자체부터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두로 제시한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압축된 표현도 그리 신선하지 않다.

이미 낡은 개념이며 그 내용 또한 기성 정치의 것이다. 좀 더 고민해서 나이스하고 쿨한 개념을 창조할 수는 없었을까. 학술토론으로만 끝난다면 몰라도 신당 창당의 출발선에서 나온 담론 치고는 대중들의 시선을 끌기 어려울뿐더러 신당 창당의 취지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준비가 부족하다. 좀 더 긴 호흡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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