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뉴스= 전혜선 기자] 소위 ‘잘사는’ 나라가 된 대한민국 모습 이면에 심각한 경기침체와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존재한다. 경기침체와 양극화 현상은 해결이 좀처럼 쉽지가 않다. 투자가 부진하여 잠재성장력이 약한 탓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해결책으로 경제민주화의 포괄적 요체인 ‘동반성장’을 주장한다. 경제민주화는 새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이다. 정권 초기 말도 많은 경제민주화.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정 이사장은 지난 5월 2일 한국뉴욕주립대학교 SMART CEO 최고경영자과정 특강을 통해 경제민주화의 정확한 개념을 정리하고,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특강을 통해 밝혔다.

 

동반성장은 경제민주화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동반성장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동반성장을 이루지 못하면 중산층이 얇아지고 서민경제가 파탄 남으로써 경제의 안정이 깨지고 결국 사회를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에 성공하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한국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경제민주화의 의미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자본주의 경제에서 경제민주화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고 반대로 거래하지 않을 자유도 있는 상태를 말한다.

정 이사장은 “경제민주화를 이뤄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구두 주문, 납품단가 후려치기, 어음 결제 등 불공정 거래를 강요할 때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거래를거부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가 만연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불공정 거래를 강요할 수 있는 건 경제력이 대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어느 한 대기업에 전속되어 있고 다양한 거래선이 없기 때문에 ‘먹고 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횡포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게 현 실태이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가장 절실

현 한국경제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가장 절실하다.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해선 대기업의 중소기업 투자를 촉진시켜야 한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투자 촉진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돈이 많고 투자대상을 필요로 한다. 투자대상을 중소기업으로 삼아 중소기업으로 자연스럽게 돈이 흘러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보상적인 개념이 강한데, 대기업이 목표한 것보다 높은 이익을 거두면 그것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돌려 중
소기업이 기술개발, 해외진출, 고용안정을 꾀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이를 ‘초과이익 공유(profit sharing)’라고 말한다. 그는 “기업이 초과이윤을 달성했을때 내부 임직원에게 성과 보너스를 제공한다. 이는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기업 내 보상 시스템을 하도급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하는것이 초과이익 공유제”라고 설명한다.

대기업의 이윤은 하도급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의 불공정 거래로부터 얻은 부분이 상당하다. 이를 초과이익 공유제로 돌려주는 것이다.

중소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투자 시 세금공제와 같은 혜택을 주는 등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나설 수 있는 동반성장정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단기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하여 대기업이 더 이상 지네발식 확장을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란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선정된 산업의 경우, 합의를 통해 향후 3년간 대기업의 사업 철수 내지는 확장을 제한하는 것을 말한다.

대기업의 지네발식 확장은 이미 문제가 불거진지 오래다. 제조업, 유통업,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브랜드 대리점은 만연하게 퍼져 있다. 대기업의 브랜드 대리점으로 인해 중소기업은 물론 영세기업, 자영업자들이 입는 피해는 막대한 실정이다.
 
정 이사장은 “대기업의 2, 3세들이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해 개인회사를 차리고 여기에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는 편법이 만연하고 있다. 이는 영세기업·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서비스업 분야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문제는 소비자 선택의 다양성을 제약하고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일정 기간으로 한정하면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원 대책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으로 보완될 수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 위주로 재화나 서비스를 조달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정 이사장은 “정부는 최대의 구매자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조달 시장에서 정부가 솔선수범하여 중소기업을 우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중소기업 지원정책”이라고 말한다.

▲ 지난 5월 2일 한국뉴욕주립대학교 SMART CEO 최고경영자 과정에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가운데)이 특강자로 나섰다. 박갑주 주임교수(좌측)와 이 날 특강을 함께한 참석자들의 모습.

新산업정책으로 동반성장 지속시켜야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 중심의 新산업정책 형성이 있다. 정 이사장의 新산업정책 첫 번째 조건은 사람을 가장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노동력이 풍부해지게 하는 것이다.
 
그는 “미래의 노동력인 학생들을 중소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학자금 융자에 혜택을 준다거나 군복무에서 혜택을 주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중소기업 해외진출 활성화가 新산업정책 두 번째 조건이다. 정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기관, 예를 들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대학, 중소기업 등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KOTRA가 중소기업 해외진출에 적극 가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중소기업이 첨단기술이나 핵심기술을 다수 보유토록 해 대기업에 버금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세 번째다.

그는 “정부의 R&D자금 배분을 대기업 위주에서 중소기업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연구개발 자금인 R&D 자금을 중소기업 위주로 바꾸어 중소기업 연구개발 자금 부족문제를 해결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런 新산업정책을 대기업 옥죄기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제민주화정책은 대기업 옥죄기가 아닌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과 아직 자립성이 부족한 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즉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에 주력하는 것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제한된 정책자원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발전에 집중 배분하는것을 뜻하기도 한다. 정 이사장은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 국민 다수가 만족스러운 고용과 소득을 제공받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동반성장은 한국경제의 밝은 면을 더 밝게 어두운 면은 덜 어둡게 할 것이며, 한국을 안정적이면서 활기찬 사회로 만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글·전혜선 기자<ability0215@mjknews.com>

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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