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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 토양이 척박한 한국의 미래
정경NEWS | 승인 2013.05.31 10:12|(159호)

   
▲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오래 전의 신문 파일을 뒤지다가 1998년 무렵 서울을 방문했던 제임스 뷰캐넌 교수의 인터뷰를 다시 읽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을뿐만 아니라 공공 선택이론을 만들어낸 이분의 주장은 “화폐 간 경쟁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앞으로 유럽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말 것이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화폐가치가 시장에 따라 조정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면 오늘날 유럽이 경험하는 위기의 상당 부분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독점체제로 전환하는 유럽이 필연적으로 비용을 지불할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임을 석학은 정확하게 내다본 셈이다.

이론으로 정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인간의 지력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완전히 예상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이론이 가진 힘은 예상 가능성을 크게 높여준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열정과 대중의 열망에 의해 이루어지는 많은 정책들과 제도들은 엄격하게 이론에 의해 점검 받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도 여전히 정치적 목적이나 다수의 찬성이란 이름으로 많은 정책들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정책들이 낳게 될 순기능을 강화하고 역기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정파나 이익을 떠나 가능한 이론의 입장으로 정책을 재점검하는 일이다. 신문을 펼치다보면 모습은 다르지만 국가가 야심적으로 시작한 각종 프로젝트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는 소식이 줄을 잇는다. 우리는 선한 의지를 갖고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이지만 예상치 못한부작용을 낳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예를들어, 식중독 사건에서 비롯된 무상급식 정책이 부실한 식단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고, 선의를 가진 어린이집 지원정책이 부실한 운용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사람은 인센티브로 움직임을 직시하라
어떤 정책이 선의에서 출발하더라도 결국 그런 정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사람이다. 사람이 특정 정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예상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특정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는 정책 입안자라면 정책이 가진 바람직한 면만 바라보길 원하지만 더 솔직해져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은 사람은 인센티브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정책 입안자들의 가정은 움직이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그들이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원칙에 더 집착하는 것처럼 보인다.사람의 본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모든 정책은 실패하게 된다. 근래에는 ‘사회적’이란 단어가 무척 유행하고 있다. 사회적 시장경제, 사회적 기업, 사회적 탁아 등과 같은 용어는 그 자체만으로 무척 호소력이 크다.

사람들은 사회적이란 단어에서 본능적인 호감을 느끼는데 이는 사회적이란 단어자체의 뉘앙스가 사회 전체가 십시일반으로 누군가를 돕거나 도움을 주는 그런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에도 불구하고 공동책임의 결과물은 무임승차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인간은 오랜 역사를 통해서 이런 점을 충분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비슷한 실수를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이 본래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과 사람이 실제로 행동하는 모습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이런 일들은 인류 역사 전체를 통해서 매번 반복되는 것 같다.

자유주의에서 반자유주의로
사람이 마땅히 행동해야 하는 바대로 행동한다면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실제로 행동하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고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위기의 원인 진단으로부터 시작해서 정책 대응에 이르기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직시하려는 움직임보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은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처럼 보인다.

시장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의 과욕과 과신, 그리고 탐욕으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처방 때문에 어느 사회든 개인적 선택을 줄이고 사회적 선택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정책이나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른바 반자유주의가 시대적인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개인적 선택을 늘리고 사회적 선택을 줄여야 한다는 자유주의는 가진 자의 이익이나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정책에 대한 선호도는 일종의 전염병과 같아서 일단 어떤 믿음이나 정책이 무대의 중심부를 장악하게 되면 상당 기간 지속되는 성향이 있다.

게다가 사회적 선택을 늘리려는 시도는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다는 대의명문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감정적인 지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이 글의 앞에서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괜찮은 이론의 도움을 받는다면 이런 정책이나 제도의 선택이 가져올 미래는 어떤 것인가? 불행히도 우리가 기대하는 그런 낙관적인 미래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적 선택이 가져올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부작용인 무임승차 문제와 무책임의 문제는 상당한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고 이런 낭비들이 누적되면서 경제위기라는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용의 누적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대세를 차지하는 대중적인 믿음을 설득하는 일은 역부족인 것 같다. 그것은 감정적인 반응을 넘어서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느 정도 이성과 합리의 힘을 받아들일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어느 사회든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배우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가뜩이나 자유주의의 토양이 척박한 한국 사회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기관도 드문 실정이기 때문에 이런 추세는 더욱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이 흐르고 진실을 깨우칠 즈음이 되면 비용이 발생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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