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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의사결정 시스템, 재정비해야한다
최재영 | 승인 2013.05.31 09:59|(159호)

   
▲ 최재영 본지 대표이사 발행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사건에 연루돼 경질됐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더욱이 여성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국내외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도 분노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성과는 어디론지 묻혀버리고 윤창중의 성추행 얘기만 세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게다가 국격에도 큰 상처가 났을뿐더러 국민적 자존심에도 심대한 타격을 안겼다. 그렇기에 그의 무책임한 일탈이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초기대응이 더 아쉬웠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상식을 벗어난 윤창중 전 대변인의 개인적인 사고란 점이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여성 인턴과 성추행 논란이 벌어진 것 자체를 청와대와 직접 연결시킬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처음 접하고 난 뒤 청와대 측의 초기 대응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윤창중 개인의일에서 청와대 조직과 연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청와대의 초기 대응이 너무 미숙했다는 점이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설명에 따르면, 피해 여성의 신고로 현지 경찰이 출동하자 윤창중 전 대변인이 남은 일정을 포기하고 귀국해버렸다는 것이다. 당시 직속상관인 이 전 홍보수석은 자신도 몰랐다고 하고 윤창중 전 대변인은 이 전 홍보수석의 지시로 귀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아직 어느 쪽이 진실인지 단언할 수는 없다. 청와대가 조사를 하고 있다니 이 대목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것은 윤 전 대변인의 갑작스러운 귀국행. 따지고 보면 국내 도피처럼 보이게 한 것이 일을 더 크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책임자인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현장에서 사건을 정리했어야 했다. 윤 전 대변인이 경찰 당국의 조사를 받게했어야 했다는 점이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터진 직후 박근혜 대통령께도 즉시 보고하는 것이 상식이요 원칙이다. 당장은 국제적 망신이라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을 간명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수순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도 보여줄 수 있을뿐더러 윤창중 전 대변인 개인의 일로 끝낼 수도 있었다.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윤 전 대변인은 마치 도망치듯이 귀국해버렸다. 피해 여성은 호텔방에서 울며 하소연을 해도 후속 대응은 미약했다. 결과적으로 성추행 피해 여성의 눈물과 인권은 못 본 체하고 가해자인 윤창중 전 대변인을 보호하면서 한국으로 도피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워싱턴의 한국문화원도 은폐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26시간이나 관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국민들이 더 분노하는 것도 바로 이런 대목일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새로운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미 수행단이 귀국한 지난달 10일 밤,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대국민 사과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께도 사과를 해서 ‘셀프 사과’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좀 더 신중하고 진정성이 담겨 있어야 했다.

오죽했으면 이틀뒤에 허태열 비서실장이 다시 사과하고, 또 이튿날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사과하게 만드는지 정말 혀를 찰 일이다. 국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에 후속 대응까지 밝히는 것이 당연하다.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를 하다보니 국민적 불신은 커지고 덩달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까지 불똥이 튀게 만든 셈이다.

이제는 청와대의 인사시스템부터 먼저 바뀌어야한다. 여론이 비판적이고 정치권에서도 큰 논란이 있다면 그 인물은 리스트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옳다. 그래서 청와대 참모진의 충정 어린 직언으로 다시는 박 대통령의 오기 인사, 불통 인사 논란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태열 비서실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물론 윤창중 전 대변인의 인선은 허태열 비서실장이 임명되기 이전의 일이다. 그렇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해야 하다. 그래야 ‘제2의 윤창중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그 단초가 바로 인사시스템 재정비라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의사결정 시스템도 이번 기회에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대통령 해외 방문이 있을 경우 청와대를 지키는 것은 비서실장이다. 그런데도 허태열 비서실장이 미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모르고 있었다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남기 전 홍보수석의 무능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청와대 내부의 의사결정 시스템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왜 제대로 된 수습책이 나오지 못하고 수차례나 대국민 사과가 나왔어야 했는지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서실 등 청와대 직원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들이 자신의 처신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자세를 다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제 그 실행만이 남아 있다. 말로만 끝날 경우 박근혜 정부의 성공도 요원할 따름이다. 이런저런 국면 전환으로 국민의 시선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여기서도 박 대통령의 신뢰와 원칙의 힘을 발휘토록 해야 한다. 윤 전 대변인은 문화일보 논설위원이던 2006년 한 칼럼에서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과 정권의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썼다.

자신의 운명을 예고라도 한 것일까. 그의 일탈 행위로 인해 박근혜 정부의 얼굴이 정말 말이 아니게 됐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마냥 낙담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을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 심기 일전해야 한다. 부디 이번만큼은 대변화의 기회로 삼아서 전화위복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길 바란다.

특히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후임 홍보수석과 대변인 인선이 그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이번 후속 인사마저 실패한다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poeco@chol.com

최재영  poec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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