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표 경향신문 논설위원 겸 중국전문기자, 경향신문 전 베이징 특파원

[정경뉴스=홍인표 경향신문 논설위원 겸 중국전문기자, 경향신문 전 베이징 특파원] 중국은 북핵문제로 냉각되고 있는 남북관계 악화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일본과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한반도에서 남북한이 유사시 국지적인 충돌이라도 벌인다면 자칫 국가발전에 치명적인 상황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일관된 원칙을 갖고 있다. 그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비핵화이다. 한반도가 현상 유지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반대다. 북한의 핵무기가 중국 쪽으로 날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북한에 대해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고 줄기차게 경고했다. 시진핑 주석은 4월 7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개막한 보아오 포럼 기념사에서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위해 세계를 어지럽힐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누구도가 누구냐”는 말이 나왔고, ‘북한이다, 미국이다’라고 관측이 엇갈리기는 했지만 두나라를 다 겨냥했다는 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왜냐하면 이후 중국 고위인사들이 한 일련의 발언을 보면 일관되게 북한과 미국을 상대로 한 발언이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리커창 총리는 4월 13일 중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도발하는 것은 각자 이익에 손해를 입힐 것이며, 돌을 들어 자기 발등을 찍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현재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실전 군사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1400㎞에 이르는 북한과의 국경선을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북미 직접대화를 바라는 중국의 속내
하지만 중국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중국은 북한을 엄중 경고하기는 했지만 내심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상태를 해결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것이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런 것의 상당 부분은 미국 측의 태도 때문이라고 중국은 보고있다.

미국이 북한과 직접대화는 외면한 채 한국과 연합 군사훈련을 한다거나, B-2 스텔스 폭격기, B-52 전략폭격기를 한반도에 급파하거나 핵잠수함을 한반도 해역에 보내는 것이 북한을 자극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미국이 이런 어수선한 상황을 이용해 한국은 물론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 포위전략을 펴는 빌미로 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면 해결될 문제를 굳이 대화는 외면한 채 압력만 행사하면 체제가 취약한 김정은 북한 정권이 어떻게 핵무기 보유라는 유혹에서 벗어나겠느냐고 보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그나마 큰 소리를 칠 수 있고, 미국이 신경을 쓰지 핵무기를 포기하는 순간 토사구팽될 것이라고 믿는 만큼 그들에게 핵보유 포기를 설득할 명분이 없어진다는 게 중국 측 판단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한반도 긴장 고조에 대해 남북한, 미국을 상대로 경고하면서 사태 악화를 경고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해외판 10일자 논평 기사에서 한반도 현 정세와 관련해 북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입장을 드러내면서 북한에 대해 “형세를 오판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동시에 미국에는 “불난 데 기름을 붓지 말라”면서 한반도 위기국면을 자국에 이로운 방향으로 몰고가는 행동을 지적했다. 논평은 한국에 대해서는“초점을 놓치지 말라”는 소제목 아래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나라 중 하나”라면서 “미국의 장단에 춤을 추지 말고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측의 시각을 잘 보여주는 평론이라고 할 수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4월 13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방중을 계기로 실은 영문 논평에서 “미국이 아시아회귀 전략을 펴면서 이 지역에 불신과 오해, 오판을 낳아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의 미세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대화를 하고 싶다면 대화를 해주고 문제를 풀면 될텐데 대화는 외면하고 그저 강공책으로 밀어붙이니 무슨 문제가 풀리겠느냐는 게 중국 측의 속내다.

대북 제재 거부감 느끼는 중국
북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것이 중국이라면서 강력한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국제사회에 대해서도 중국은 내심 불만이다. 현재 북한이 소비하는 석유의 전량, 소비제품의 80%, 식품의 45%가 중국에서 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마음만 먹고 이 보급선을 끊어버리면 당장 북한이 손을 들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가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대량의 난민이 발생하고 이들이 국경선을 넘어 동북지방으로 들어오면 뒷감당을 누가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국은 지금 바야흐로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마당에 북한 정권 붕괴의 유탄을 고스란히 맞게 되는 상황을 초래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은 북한과 미국의 중재자로서, 남한과 북한의 중재자로서 역할을하면서 한반도에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해 실망했던 것도 일련의 북한 무시 정책이 결국은 한반도 상황 악화를 낳지 않았느냐 하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국은 우리는 대북 영향력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한반도 상황을 풀 수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것이 중국 측의 확고한 시각이다.

정경NEWS  news@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