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정경뉴스=국기연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 미국은 한국이 경제, 외교, 군사 분야에서 중국,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의 3대 지역 강국(regional power)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지역 강국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위해 알차게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게 미국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한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교와 군사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은 자연스런 역사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이 중간국가 (middle power)를 넘어 지역 강국으로 뻗어나가고, 환경문제 등 글로벌 현안 해결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글로벌 코리아’를 지향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한의 핵 무장과 끝없는 위협
한국이 직면한 최대 현안은 북한문제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등장하면서 한반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는 북한에 소위 ‘전략적 인내’ 로 일관해왔다.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일삼는 북한에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북한의 도발에는 보상을 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한국에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들어섰고, 북한의 김 위원장은 전쟁 불사의 초강력 도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더 이상 전략적 인내로 맞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990년대 초 북한 핵문제가 불거진 이래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집권 2기에도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조나단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출구가 없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급기야 한국의 박 대통령에게 그 숙제를 떠넘기려 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시종일관 핵문제는 한국이 아닌 미국과 담판을 짓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고, 미국도 핵비확산 차원에서 그런 북한에 보조를 맞춰주었던 게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제 3차핵실험까지 마쳤고,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더 이상 손을 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이 방관을 하지는 않겠지만 정치,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한국이 남북 채널 가동 등을 통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나선다면 미국으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의 위협에 따른 군사적 대응의주도권도 한국에 넘겼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한미 양국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계적 보복’ 전략을 마련했고, 북한에 대한 보복은 한국이 주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이렇게 진단했다. “한국과 미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 1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군사적으로 굴욕을 당하는 일이다. 따지고보면 현사태 전개에 미국보다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가 더 크게 걸려 있다.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무관심하게 대처할 수는 없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제 몫을 다하게 해야 한다. 이들 동맹국이 미국의 보호 아래 무임승차를 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게 해야 한다.”

공룡으로 부상하는 중국
중국은 미국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G2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중국은 북한문제를 푸는 열쇠일 뿐 아니라 한국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가 될 국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미국 전문가는 거의 없다.

미 의회조사국(CFR)은 최근 발표한 ‘한미관계’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정부가 한중관계 개선에 최우선적인 역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남북한과 중국 간 삼각관계에서 한국이 직면한 도전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북한이 중국의 위성국가로 편입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 진영은 이 때문에 남북관계를 강경 대치로 끌고간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의 정책에 반대했다. 강경 대북정책을 견지하면 한국이 북한에 미칠 영향력이 퇴조한다는 게 진보진영의 논리이다.

한국의 보수진영은 이와 반대로 중국이 일방적으로 북한 편을 드는 데 분노하고 있으며 중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를 염두에 두고 협의하자는 한국의 요구를 거절한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서 한국-미국-중국이 참여하는 ‘3국 전략대화’를 어떻게 성사시킬지 시험대에 올라있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
북한문제와 함께 한국이 풀어야 할 양대 과제 중의 하나가 경제문제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 중국, 일본간 경제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경제발전 속도와 지리적인 측면에서 모두 중간에 위치한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를 완성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국내적으로는 일자리와 복지문제가 당면 최대 경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워싱턴DC에 있는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의회 및 통상 담당 선임국장은 이렇게 주장했다.

“북한문제가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박 대통령 정부의 핵심 어젠다이다. 산업화와 수출 위주에 초점을 맞춰온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서비스 분야와 복지 시스템이 취약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한국의 과도한 가계 부채는 내수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부터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한국의 노동인력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이 서비스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 재 균형’을 이뤄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

kuk@segye.com

정경NEWS  news@mjknews.com

<저작권자 © 정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