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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행복기금, 다중채무 덫에 걸린 서민 자활 돕나가계부채 해결에 원군 될지 관심 집중
전혜선 기자 | 승인 2013.05.07 17:12|(158호)

 

[정경뉴스= 전혜선 기자] 국민행복기금(이하 행복기금)의 본접수가 5월 1일부로 시작되었다. 행복기금은 채무 불이행자의 신용회복 지원과 과다채무 부담 완화를 위한 새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이다. 금융위원회는 행복기금 정책으로 5년간 연체 채무가 있는 345만 명 중 32만여 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행복기금으로 가계부채 완화와 그에 따른 경기회복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일부에선 단기 처방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오히려 채무자와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다. 대상자 형평성 논란까지 겪고 있는 행복기금이 가계부채 해결에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 출처: 국민행복기금 홈페이지 www.happyfund.or.kr

 

국민행복기금이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1억원 이하를 연체한 채무자에 한해서 상환능력에 따라 연령·연체기간·소득 등을 고려해 최대 50%까지(기초수급자는 최대 70%) 채무감면을 받을 수 있게 한 서민금융 정책이다.

감면 받은 뒤 나머지 금액은 최장 10년까지 기간을 두고 나눠 갚을 수 있다. 다만, 접수기간 내(5월 1일~10월 31일)에 신청하지 않으면 채무 감면율을 낮게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기간 내에 신청하는 게 유리하다.
 
행복기금을 신청한 뒤 채무조정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원금, 연체이자, 기타 법적비용 일체를 상환해야 하므로 신청에 주의가 필요하다.

행복기금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때 가계부채 안정화를 위한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 대통령은 최대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빚을 장기분할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과 비은행권 등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상환능력이 약한데, 특히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면 빚 갚을 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행복기금 정책을 통해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된 장기 연체 채권을 사들여 대폭 감면한 뒤 채무자들이 빚을 장기·분할하여 상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마디로 국민행복기금이란 저소득·취약 계층의 가계부채를 정부가 나서 해결해줌으로써 소비 촉진과 경기회복을 돕는 서민금융 정책이라 할 수 있다.

 

   
▲ 국민행복기금 채무조정 신청을 하고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채무조정 신청 문의와 함께 신청접수가 쇄도하고 있다.



기존의 금융정책보다 폭넓은 혜택 안겨

행복기금은 기존 신용회복기금과 비슷하다. 하지만 신용회복기금이 제한된 협약 금융사로부터 장기채권을 장기간에 걸쳐 소규모로 반복적 매입했다면, 행복기금은 대다수 제도권 금융사로부터 연체채권을 단기간에 개별·일괄매입한다는 점이 다르다.

신용회복기금 협약기관은 모두 221곳이지만, 국민행복기금 협약기관은 4천104곳이다. 영세한 대부업체를 빼고는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협약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또한 신용회복기금은 4년 동안 15차례에 걸쳐 7조5천억원 규모를 매입했지만, 행복기금은 이보다 더 짧은 기간에 장기 연체채권을 8조5천억원가량 매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채무조정폭도 신용회복기금은 원금의 30%가 최대였지만, 국민행복기금은 기초생활수급자 등의 경우 원금의 70%까지 감면한다. 새 정부가 내놓은 국민행복기금은 금융사, 채무 매입량, 채무 감면율 세 박자 모두 기존 금융정책보다 그 폭이 상당히 넓다.

행복기금은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10% 내외의 중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지원도 확대했다. 기존의 바꿔드림론은 신용등급 6~10등급의 경우 연소득이 4천만원 이하, 1∼5등급은 연소득이 2천6백만원 이하여야만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 6개월간 진행될 행복기금정책으로 인해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소득 4천만원 이하이기만 하면 고금리 대출을 중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혜택을 받게 된다.



파격적 혜택, 그만큼 논란도 커

기존의 서민금융 정책들도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행복기금 정책의 혜택은 기존 금융정책에 비해 단연 파격적이다. 파격적 혜택으로 인해 서민금융 부채를 완화하고 소비수요와 경기회복을 촉진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면엔 단기적인 처방으로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 채무자와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 대상자 형평성 논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행복기금정책의 영향력은 인정하나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근본적인 처방은 될 수 없어 보인다.

행복기금 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담보물 가격에 대비하여 최대한 빌릴 수 있는 대출금액의 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연간 총 소득에서 연간 부채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규제하는 정책을 통해 과도한 대출을 막아야 한다.

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이자 부담으로 인한 가계대출 부실을 줄이는 정책이 요구된다. 이러한 기반 정책 마련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과도한 대출이 계속적으로 일어나는데 대출금액을 대폭 감면해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또한 이자가 고금리일진대 10년이라는 장기 상환기간은 오히려 이자상환에 부담만 가중시킬 뿐일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기반 유지 없이 국민행복기금이 운용된다면 단기적으로만 가계부채가 감소되는 것일 뿐, 이후에 다시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위험성이 존재한다.


철학 없는 정권의 철없는 정책이란 비난

행복기금은 채무자와 금융회사의 도적적 해이를 불러올 수도 있다. 채무자는 조건에만 맞는 다면 정부가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니, 채무상환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들어 ‘빚을 지고 갚는 것’에대한 책임감이 약해질 수 있다.

또한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대량으로 연체채권을 매입해 주니 채권발행에 대한 의무감이 줄어들 수 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에 관하여 ‘채무조정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원금, 연체이자, 기타 법적 비용 일체를 상환’ 해야 한다는 조건이 존재하지만, 반복적 이용 금지정책도 필요할 듯하다.
 
정부는 거듭 연체 탕감은 이번 한 번뿐이라지만, 지난해 대통령선거철 여야가 앞다투어 내놓았듯이 국민행복기금과 같은 내용의 정책은 얼마든지 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획단계부터 제기됐던 형평성 논란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자, 미등록대부업체·사채 채무자,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채무자, 기존 신용회복제도(개인 워크아웃·개인회생·파산)를 이용 중인 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금리 학자금 전환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도 행복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빚을 갚아온 사람을 배제한 채 오랫동안 연체를 거듭한 사람만 공적 자금으로 구제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연체가 6개월 미만이거나 대출금액이 1억원을 조금이라도 초과해도 행복기금지원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행복기금의 대상자가 되지 않았다고 형평성을 얘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환의지가 있어도 상환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선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기준이라는 것이다. 성실 상환자들의 박탈감 또한 크다. 현재 원금을 꼬박꼬박 납부하는 성실 상환자들의 ‘국민행복기금 대상자가 받는 혜택은 오히려 역차별이다’라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금융위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실상환자에게도 원리금 감면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성실 상환자는 기본적으로 상환능력이 있는 분들로 이들에게도 원금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 도덕적 해이 우려가 커서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위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국민행복기금이 계층 간 박탈감을 야기한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학 없는 정권의 철없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 국민행복기금 가접수가 시작된 지난 4월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앞에서 '국민행복기금 국민감시단 출범 및 개선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단기처방이 아닌 장기처방으로 거듭나야

새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을 마련함으로써 일반인들보다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에게 상환능력에 따라 채무를 대폭 감면시켜 주고, 나머지는 장기간 분할하여 갚도록 해 채무자의 자활능력을 기르도록 계획하고 있다.

또한 행복기금을 통해 ‘바꿔드림론’의 지원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앞으로 서민들의 고금리 대출로 인한 이자상환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이자상환율 감소(고금리→중금리)로 가계소득에서 빠져나가는 지출이 줄어들어, 가계소득 부실을 메꾸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22일부터 가접수가 시작되는 등 행복기금 운용이 이미 시작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단기처방에 불과 하다,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 형평성에 어긋나는 역차별 정책이다’ 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
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 전문가들도 행복기금이 소비수요를 촉진시키고, 경기회복을 돕는다는 데 동의한다. 단지 연착륙이 가능토록, 장기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세부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행복기금이 가계부채 문제에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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