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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영화감독 황지은 그녀가 전하는 ‘달의 편지’전쟁의 상처...위안부, 근로정신대, 전쟁고아 등 치유메시지 담긴 명작 다큐
전혜선 기자 | 승인 2013.03.29 12:07|(157호)


[정경뉴스=전혜선 기자] 신예 감독 치곤 ‘영화판에서 좀 굴러봤다’는 황지은 감독은 곱상한 외모 이면에 당찬 여장부의 모습을 지녔다. 그녀는 2010년 국내 유일의 국제경쟁 단편영화제인 ‘제8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사찰음식을 통한 치유를 다룬 영화 <바람새>를 출품해 큰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황 감독은 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로부터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전하고자 <달의 편지>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험난한 행보를 시작한 황 감독의 <달의 편지>는 오는 8월 15일에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달의 편지>가 다룬 전쟁과 폭력은 큰 주제인 동시에 자칫 진부한 이야기로 흐를 위험이 있는 것이기에 영화계 주변에서 황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오히려 크다. 다큐멘터리란 장르가 단순한 현실 재현이 아닌 바에야 황 감독은 남아프리카 등 전 세계 전쟁의 상흔에서 인류 가슴속 어딘가에 있을 보편적 편지를 발굴하고자 메가폰을 쥔 것이다.

   
▲ 황지은 감독은 남아프리카에서 무거운 촬영배낭을 등에 매고 케냐 현지인들의 그림 편지를 수집하고 있다.

황지은 감독은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황 감독의 새 작품 <달의 편지>는 전쟁이라는 큰 뿌리에서 ‘위안부, 근로정신대, 전쟁고아, 테러’ 등 여러 테마의 잔가지로 뻗어나간다.

여 감독의 신분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남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과 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전 세계인들에게 폭력을 통해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황 감독은 “남아프리카와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치안이 상당히 열악한 나라에서 여자, 외국인, 비싼 카메라 장비 소지자로서 온갖 악조건에 시달렸다. 하지만 여자라서 못한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행동으로 보여주고자 남장을 해서라도 취재를 다녔다”고 말했다.
 
네팔 히말라야 산맥에 갔을 때에는 식중독에 장염까지 겹쳐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며 촬영하기도 했다는 그녀. 온갖 역경 속에서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혼신을 다하는 그녀의 눈빛은 ‘평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달하고자 하는 포부로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편지가 전하는 메시지

   
▲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이 일본대사관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
여성으로서 여성이 겪는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황 감독은 특히 성희롱과 성폭행으로 말 못하고 아파하는 약자들을 위해 다큐멘터리 <달의 편지>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번 다큐멘터리가 상업영화관에서도 필히 상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현재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국 3사와 CBS, 불교방송, 국군방송 등에 편성이 예정되어 있고, 한국영상진흥원에 소속된 극장과 인디독립극장에서의 상영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상업영화관까지 진출하고자 하는 게 목표다. 상업영화극장 관객 수의 70% 이상이 20~30대 여성인데 그 속에도 성희롱과 성폭행으로 말 못할 아픔을 지닌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통해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희망과 용기로 치유가 되기를 바란다”며 <달의 편지>가 좋은 호응을 얻어 상업영화관까지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한 “<달의 편지>가 위안부 문제를 다뤘다고 해서 한일 양국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위안부 문제에서 성희롱, 성폭행 문제로 주제의 범위가 넓혀지므로 전 세계적으로 상영되는 것도 하나의 목표이다. 성희롱과 성폭행의 문제가 우리나라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달의 편지>의 해외 진출에 관해 호주의 한 영화배급사와 의견을 조율 중이라는 그녀는 아직 다큐멘터리가 제작과정 중에 있지만 오는 8월이면 완성이 되어 해외 진출까지 노려볼 수도 있다는 말도 전했다.

미술감독의 재능까지 겸비

황 감독은 연출을 전공했지만 영화감독 데뷔 전 아트디렉터와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인지 그녀의 다큐멘터리 영상은 미술 감각이 돋보인다. 여느 감독과는 다른 그녀만의 무기이다.
 
황 감독은 “경력도 풍부하고 능력도 출중하신 선배 감독들의 다큐멘터리와 나의 다큐멘터리 사이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생각해낸 것이 미술적인 요소를 영상에 삽입하는 것이었다. 젊은 감독의 다큐멘터리인 만큼 기존의 형식과는 다른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드라마, 극영화 분야에서는 새로운 도전들을 많이 시도하는데, 다큐멘터리에서는 아직 기존의 촬영기법과 전개방식만을 고수하는 성향이 강하다. 신예 감독으로서 나만의 장기를 내세울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위안부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북소리의 퓨전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삽입해 애국심을 강조하기도 한 황 감독. 그녀만의 무기가 흥행 성공을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상처 입은 치유자’의 의미

   
▲ 근로정신대 할머니를 취재하고 있는 황지은 감독.
얼마 전 일본 우익세력이 위안부 소녀상을 매춘부로 묘사한 합성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해 우리나라 국민들을 격분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전쟁의 피해자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몸을 판 매춘부로 둔갑시킨 것이다.

위안부 문제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기는커녕 일본 정부 주도 아래 계속 문제만 불거지고 있는 실정이다. 황 감독은 3년 전 영화 <마지막 위안부>에 조감독으로 1년여 이상 참여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발을 들여놓았다.

영화 <마지막 위안부>는 여러가지 외교적인 민감한 사항들로 인해 개봉에는 실패했지만 이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 이번에는 황 감독이 직접 연출하게 됐다.

황 감독은 “고등학교 시절 성폭행을 당한 친구가 자살하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그때의 경험이 떠올라 현재 여성들의 성폭행 피해와 위안부 문제가 다른 것이 아님을 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단순한 전쟁 피해자가 아닌 또 다른 성폭행 피해자들의 치유자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피해자에서 치유자로 바꿔 바라본 그의 시선은 참으로 신선하다 할 수 있다.

이번 다큐멘터리 <달의 편지>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후세에 알리는 것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성희롱과 성폭행 등으로 말 못할 아픔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게 황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전쟁의 피해자로 불쌍한 이로만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 시대적 상황은 다르지만 위안부 할머니들이 비슷한 경험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으로서 치유자의 역할로 다가갈 수 있다. 상처를 입어본 사람이 같은 상처를 지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에 그 사람들의 치유자가 되어준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도 ‘치유자’의 역할은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이 되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든든한 조력자 어머니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 뒤에는 반드시 숨은 조력자가 있기 마련이다. 황지은 감독에게 있어서 든든한 조력자는 바로 어머니이다.
 
분쟁지역으로 취재를 떠나는 딸의 무사 귀환을 바라며 금식기도까지 바치는 황 감독의 어머니 이화선 여사는 “딸이 험난한 여정을 위해 자기 몸집보다 커다란 가방을 메고 어디서 갑자기 폭탄이 터질지도 모르는 파키스탄 등 분쟁지역으로 촬영을 떠날 때면 딸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이를 꽉 깨물며 참는다. 하루하루 딸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지만 뜻깊은 일을 하겠다는 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딸이기에 앞서 ‘일류 평화’라는 큰 뜻을 품고 있는 황 감독의 포부를 혼신을 다해 적극 지원한다고 말했다.

비인기인 다큐멘터리분야에서 부족한 지원으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황지은 감독은 “여자 감독이라고 실력과 상관없이 갖은 편견에 부딪힐 때마다 정말 힘들다. 또한 일부 영화배우 출신 감독들이 자신의 명성으로 후광효과를 누릴 때면 때론 화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연출공부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또한 스스로 자기 한계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더욱 행동으로 실천한다”고 말했다.

신예 감독이자 여자 감독으로서 온갖 사회적 편견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황지은 감독. 현재 그녀의 다큐멘터리 <달의 편지>는 후반작업 중에 있는데 명작 다큐를 위해 후반작업 제작비를 지원해줄 큰 후원자의 등장과 영화 팬들의 열렬한 응원 및 관심이 필요하다.


<ability0215@mjknews.com>
 

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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