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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올리고 할증 확대하겠다는데 택시기사들이 대노한 이유‘택시지원법’, 택시를 살리는 현실적인 대안책 필요
전혜선 기자 | 승인 2013.03.29 11:12|(157호)


[정경뉴스=전혜선 기자] 택시를 대중교통에 편입시키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정부가 거부함에 따라 국토해양부는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대체 법안으로 ‘택지지원법’을 내놓았다.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택시법’은 택시기사보다는 택시회사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거다. 이에 정부는 택시기사의 근로 여건 개선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법안인 ‘택시지원법’을 발표했다. 요금 인상과 할증 확대, 택시 총량제 실시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 택시회사, 택시기사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어 석전(石田) 취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도 정부와 국민, 택시업계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마땅한 합의점을 못 찾고 있는 실정이다. 택시기사를 고려하여 ‘택시법’을 거부한 정부의 처사는 합리적으로 보이나 택시기사를 고려하여 내놓은 새로운 법안이라는 ‘택시지원법’의 실효성은 아직 부족한 듯하다.

   
▲ 택시지원법의 실효성 부족에 대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한 택시기사의 모습.


왜 대중교통이 되려고 하나

대중교통법은 대중교통을 '일정한 노선과 운행시간표를 갖추고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택시는 대중교통법의 관점에서 보면 정기노선과 운행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아닌 것이다.

택시가 대중교통수단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버스나 지하철과 달리 정부의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정부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의 대상에 추가하고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택시업계는 이른바 ‘택시법’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되면 유가 보조금을 지원받고 부가가치세, 취득세가 감면되며 통행료 인하 및 소득공제와 같은 혜택이 주어진다. 현실화가 된다면 택시업계는 1조원에서 1조9000억원까지 국고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택시법’이 무산되었고 택시업계를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택시지원법’이 나왔다. 그러나 ‘택시지원법’ 내용에 관한 적절성 논란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 지난 1월 택시법 개정안 거부에 항의해 택시기사들이 근조 리본을 달고 운행하는 모습.


서민들이 타지 않는다면

‘택시지원법’의 내용 중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것은 단연 요금 인상이다. 2013년 2800원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4100원, 10년 뒤인 2023년에는 5100원으로 기본요금을 대폭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요금 인상으로 택시기사들의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생각이지만 소비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요금문제는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지어야 할 부분이다. 가뜩이나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고 물가가 폭등하면서 서민 생활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요금 인상으로 서민들이 택시를 타지 않아 택시기사들의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전혀 실효성이 없는 것이다.


사납금제도 개선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현재 법인택시 사업장은 대부분 사납금제도(회사에 내는 돈)를 시행하고 있으며 LPG 비용과 차량유지비 등을 고스란히 택시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사납금제도는 택시 노동자를 저임금 상태에 빠뜨리는 주요인 중 하나이다.
 
그런데 요금 인상으로 택시의 수요는 감소하고 사납금만 인상될 수 있어 택시요금 인상이 택시기사들의 수익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택시요금 인상은 사납금제도 개선을 전제로 서민 생활을 고려해 진행되어야 한다. 사납금제도를 그대로 둔 요금 인상이 운수 종사자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요금 인상으로 회사의 사납금까지 오르면 택시기사들의 처우는 더 열악해질 가능성이 크다. 택시기사가 아닌 택시회사의 소득으로만 직결된다면 택시지원법의 요금 인상 방안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본질적으로 택시기사들의 복지와 소득에 얼마만큼의 이익을 줄 수 있는 제도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할증시간 증대보다는 할증률 증가

정부가 택시 지원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또 다른 카드는 ‘할증 확대’이다. 평일 할증시간을 현재보다 2시간 앞당겨 오후 10시부터 적용하며 ‘주말 할증제’를 도입해 주말엔 하루 종일 할증을 물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후 10시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이 운행하는 시간대로 택시 이용객 증가에 실효성이 없다.

개인택시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모 씨는 “할증시간 확대와 주말 할증제는 전혀 소용이 없다. 택시 안전 및 서비스 개선이 최우선이다. 늦은 밤 여성들의 귀가 안정성이 보장되고 승차거부와 불친절 등과 같은 서비스문제 개선이 필요하다.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사항이지만 할증 확대는 국민들에게 불필요하게 경제적인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정과 새벽 2시 사이에 택시의 수요가 집중된다. 할증시간을 늘리기보다는 할증률을 높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다”라고 했다.


택시 과잉 공급, 감차에 따른 보상문제는 어떻게

   
▲ 출근 통행수단 분담률이 택시는 0.9%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택시 수요는 최근 10년간 19% 감소했다. 그러나 전국 택시 대수는 11% 증가했다. 공급 과잉이라는 데에 택시업계와 정부 모두 이견은 없다. 택시가 대중교통이 아니라서 택시업계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택시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택시업계를 구조조정할 경우 감차에 따른 보상 등 실효성 있는 개선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제대로 된 보상대책 하나 없이 운수업 종사자들을 길바닥으로 내몰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택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번호판을 사야 하는데, 서울의 경우 번호판을 사는 데 개인택시는 7000만원, 회사택시는 4500만원이 든다. 이런 실정에서 감차에 따른 거액의 영업용 번호판 구입비 해결 등 기타 보상비 문제 해결에 정부의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승차거부는 왜? 택시기사의 슬픈 해명

   
▲ 택시기사 수는 버스기사 수의 3배이지만 월평균 소득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 시민들은 택시가 과잉 공급이라는 데에 동조하지 못한다. 바로 승차거부 때문이다. 행선지에 따라 승객을 골라 태우는 현실에서 공급 과잉 문제는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승차거부는 ‘택시 수요 감소’ 이유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택시기사들의 수입이 썩 좋지 않은 게 문제인데 회사 택시의 경우 하루 사납금이 평균 12만원 정도이다. 사납금을 빼고 집으로 가져갈 돈을 따지면 장거리 운행을 우선시하게 되고 또 목적지가 손님이 많지 않은 곳이라면 공차로 돌아오는 손해를 생각해 승차거부를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회사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 씨는 “택시기사들의 임금은 시내버스와 지하철 노동자 임금의 50%에 불과하다. 시내버스와 지하철과 달리 정부의 지원금도 적을 뿐더러 사납금제도까지 있으니 택시업 종사자의 노동환경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사납금을 제외하고 집에 들고 들어갈 돈을 생각하다보면 승객에 대한 서비스는 뒷전이 된다”며 승객에 대한 고품질의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을 알면서도 개선시키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문제점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택시회사 아닌 ‘택시기사 맞춤형’ 지원법 필요

택시를 타고 가면서 택시업 종사자에게 택시지원법에 대해 묻자 망설임 없이 정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나온다. 개인택시 종사자 안모 씨는 “택시기사들이 살려면 서비스 품질이 개선돼 택시 이용객이 늘어나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정부가 유류비, 차량유지비 등을 지원해줘도 중간에서 택시회사가 횡령하는 일이 허다하다. 택시 부가가치세 환급제도 같은 경우도 택시기사에게 돌아오는 액수는 전체 금액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택시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혜택은 택시회사가 다 누리는 격이다”라며 열변을 토했다.
 
택시법이 통과해 택시가 대중교통이 된다면 택시업계는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과 상당한 액수의 지원금을 받는다. 하지만 택시기사에게 이 모든 수혜가 돌아갈지는 의문이다. 택시지원법의 내용도 현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앙금 없는 찐빵’에 해당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요금 인상과 할증 확대는 택시 수요를 오히려 감소시킬 뿐이다. 또한 사납금제도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의 요금 인상과 할증 확대는 수요가 감소된 상태에서 사납금만 증가시켜 택시기사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한다.
 
택시 총량제 강화도 마찬가지다. 매년 각 지역의 지자체에서 택시 총량제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해결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정부에서 내놓은 택시지원법도 곪아 터진 고름은 짜내지 않고 상처 위를 그냥 덮어버린 꼴에 불과하다.
 
또 다른 개인택시 기사 강모 씨는 “예를 들어 정부가 카드단말기 세금을 대폭 감면해준다면, 이는 택시기사들의 수입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택시 구조조정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앞서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작은 제도 개선 하나가 택시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더 빠른 효력을 발생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직도 택시지원법에 대한 명쾌한 해답책은 딱히 제시되지 않고 있다. 택시지원법이 서민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안인 만큼 정부도 탁상공론을 떠난 현실적인 대안책 강구의 노력이 필요하다.


<ability0215@mjknews.com>

전혜선 기자  ability0215@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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