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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에 따른 변화 가능성
공병호 | 승인 2013.03.11 16:31|(156호)

   
▲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이렇게 하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저렇게 하면 저런 이야기가 나온다. 인사라는 것이 아무리 공정하게 하더라도 뒷담화가 무성하기 마련이다.

새 정부인사를 둘러싼 후일담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러나 조직이든 국가든 누군가가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면 일단은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한 권력을 쥔 사람이 하는 것을 두고 볼 일이다.

시간을 두고 그가 뽑은 사람들의 행동 여부에 따라 가혹한 비판이나 따뜻한 칭찬을 행할 수 있다.

사실 인사권을 가진 사람은 늘 깊이 생각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자신의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생각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찬반을 가볍게 표시할 수 있지만 가혹한 비판은 시간을 두고 할 일이다.

리더십과 팔로워십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체제를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로 나누어서 설명한 바가 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지배라는 단어가 다소 어감이 좋지 않지만 다스린다는 말이나 이끈다는 말에는 모두 지배라는 뉘앙스가 풍길 수밖에 없다.

그는 정치체제에 따라 가르쳐야 할 교육이 달라야 한다고 말하는데, 특히 민주정치체제에서 시민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지배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지배당하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오늘날의 용어로 풀어쓰면 리더십과 팔로워십이라 할수 있다.

이끄는 능력도 배워야 하지만 따르는 능력도 함께 배워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면 표를 던진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실망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한 사회가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이나 해법을 찾아내기는 힘들다. 시민들도 마냥 자기 중심으로 매사를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이따금 나라의 일을 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 서보는 것도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집권하고 있는 사람들을 두둔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두고 싶다. 정책에 대한 구상을 갖고 팀을 조직한 다음에 6개월이건 1년이건 간에 소신껏 해가는 것을 보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개성이 강하고 자기 목소리가 높은 사람들이 많은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떤 사회보다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서 늘 정치에 관한 한 다른 나라보다도 한층 시끌시끌한 사회임에 틀림이 없다.

이런 점이 긍정적인 면도 많다. 하지만 민주주의에서도 이끄는 능력만큼 따르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법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전후에 나는 몇 번의 인터뷰와 강연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던 적이 있다. “선거전에 약속한 것이라 할지라도 집권 이후에 바꿀 수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이다.

한번은 사장님들이 모인 모임에서 물어보았다.“ 집권 전에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의외로 많은 분들이“그럼요.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켜야 하지요”라고 답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선거전에서 내놓은 많은 약속들을 하나 하나 그대로 지키는 것이 올바르다는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나는 오래 전에 살았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야기로 약속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진리라는 것이 있다. 법칙이나 원리 등은 그들에게 진리다. 이런 진리들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물론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법칙이 엄격한 검증을 통해서 새로운 법칙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학자들에게 진리는 대체로 견고함을 가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소신이다. 소신을 가진 사람들이 칭송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똑같은 일이 사업가에게 일어나면 어떨까? 어떤 사업가가 절대적으로 믿고 따라온 어떤 법칙이 있다고 하자. 그런데 상황이 바뀌면서 그런 법칙이 쓸모없는 것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정직, 가치, 고객 등에 관한 원칙들 가운데는 불변의 것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하였던 전략이나 전술에는 환경이나 상황 변화에 따라 어제의 최선이 차선은 고사하고 오늘은 열등한 것이 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비슷한 상황이 정치가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최선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상황이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최선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정치가나 사업가가 절대적인 능력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상황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해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추구하는 가치나 목표 혹은 목적은 변하지 않은 채 이를 달성해가는 방법이나 수단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명쾌하게 설명한 개념이 아리스토텔레스의‘실천적 지혜(practical wisdom)’이다. 지혜는 지혜이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최적의 해법은 달라질 수 있음을 받아들인 개념이다.

학자는 일관성이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정치가나 사업가에게 일관성은 때로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약속한 것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것이 올바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불변과 가변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사업이나 정치에는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약속은 하였지만 형편을 보니까, 혹은 우선순위를 따져 보니까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얼마든지 조정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에 해당한다. 선의를 가진 약속의 변화에 손사래를 치는 국민들이 다수는 아닐 것이다.

대다수는 합리적인 선택을 존중하고 이해할 것으로 본다. 적극적으로 변화의 이유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이성의 구조적 무지를 고려하면 상황에 따른 변화 가능성에 문을 열어두는 것은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 비난받아야 할 일도 아니다.

공병호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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