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뉴스=강경윤 기자] 단단해 보이는 몸집에 까무잡잡한 얼굴, 그리고 매서운 눈빛의‘코리안 탱크’최경주. 전남 완도 바닷가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도와 밭을 갈고, 물일을 도왔던 그는 열일곱 살에 골프를 시작해 2000년 미국 PGA 투어에 입성, 통산 8승에 빛나는 세계적인 골프선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기부활동으로 최근 미국 골프기자협회가 선정한‘찰리 바틀렛 상’을 수상하며‘PGA의 자선 큰손’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경주 선수가 지난 2월 7일(현지시각) 미국골프기자협회(GWAA) 선정 자선대상인 ‘찰리 바틀렛 상’의 올해 수상자로 결정됐다. 미국 골프기자협회 초대 회장의 이름을 따 1971년에 제정된 찰리 바틀렛 상을 아시아 선수가 받은 것은 최경주 선수가 처음이다.

이를 통해 최경주 선수는 아시아 선수 최초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골프의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이 상은 미국 골프기자협회가 매년 가장 많은 사회봉사와 기여를 한 프로 골퍼 한 명에게 주는 상으로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그 의미는 각별하다.

찰리 바틀렛 상의 역대 주요 수상자들을 살펴 보면, 2007년 타이거 우즈(미국), 2008년 그레그 노먼(호주), 2009년 잭 니클라우스(미국),2010년 어니 엘스(남아공), 2011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전 세계 골프계에서‘전설’급으로 통하는 인물들이다. 지난해 수상자는 노타 비게이(미국)로 타이거 우즈의 친구로도 잘 알려져 있다.

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둔 비게이는 2005년 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상식은 최고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즈가 개최되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오는 4월 10일 개최된다.

최경주 선수는 찰리 바틀렛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PGA 투어에서 13년 동안 뛰면서 이런 상을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특별히 많은 선행을 한것도 아닌데 이런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최경주, 나눔활동도 PGA 정상급

그동안 최경주 선수의 수많은 기부활동은 많은 후배 골퍼들과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특히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2007년 최경주재단을 설립해 골프 꿈나무 육성을 위한 지원과 청소년 장학사업,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 등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2002년 5월 컴팩 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맛본 최경주 선수는 2005년 10월 PGA 투어 크라이슬러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뒤, 9만 달러(약 1억원)를 미국 한인 교회에 기부했다. 이후 최경주재단을 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본격적으로 앞장섰다.

▲ 피홍배 최경주재단 이사장과 최경주 선수가 라운딩을 하면서 정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9년 미국 허리케인 피해자 돕기 성금으로 9만 달러를 내놨고,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에는 미국 남동부지역 토네이도 피해자들을 위해 20만 달러를, 같은 해 일본의 지진 해일 때는 10만 달러를 성금에 보탰다.

최근엔 불우 청소년들의 교육과 돌봄, 스포츠 활동을 전문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청소년교육스포츠센터‘Dream Nest(꿈의 둥지)’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역아동센터를 대상으로 아이들을 위한‘꿈의 도서관’을 한국EMC와 함께 건립하는 등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최경주 선수가 골프 꿈나무들과 함께 노숙인들을 위한 밥퍼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최경주 선수는 지난해 9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고향 완도에 1억원을 기부했고, 2011년 프레지던츠컵 대표로 출전해 받은 상금 중 1억7000만원을 국내청소년 장학지원과 골프문화 향상 사업을 위해 선뜻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을 방문할 미국인 학생들을 돕기 위해 정규대회인 크라운플라자 인비테이셔널을 과감히 포기하고 자선대회에 참가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골프선수로 세계에 이름을 날린 최경주 선수가 골프를 통한 나눔활동도 PGA 정상급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골프 불모지’완도 출신,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

최경주 선수가 PGA 투어에서 통산 8승에 빛나는 업적을 이루며 한국을 대표하는‘코리안 탱크 최경주’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골프 불모지 전라남도 완도에서 3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최경주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농사일을 도운 탓에 구릿빛 피부와 탄탄한 몸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지금까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다.

최경주 선수는 운동에 소질을 보여 초등학교 때는 축구를, 중학교 때는 역도를 하며 운동선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선박 기관장이 되기 위해 완도수산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열일곱 살에 천운과 같이 골프와 만났다.

닭장으로만 보였던 그물천막 속에서 골프의‘골’자도 모르는 최경주 선수가 처음으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듯 골프공을 쳐냈을 때에 가슴속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고 한다.

최경주 선수는 열악한 환경 탓에 골프를 독학으로 익혔다. 골프 만화책과 비디오가 그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최경주 선수는 죽기 살기로 운동에 매달렸다.

친구들은 틈만 나면 장난을 치거나 꾀부리며 쉬엄쉬엄했지만 그는 누가 보든지 말든지 최선을 다했다. 잭 니클라우스의 책은 거의 외우다시피 했고 집안일을 돕고 나면 밤 늦게라도 다시 연습장으로 달려가 연습을 하곤 했다.
 
이따금 아이들이 같이 놀자고 못살게 굴어서 성가시기도 했지만 덕분에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 미국 PGA 프로골퍼 최경주 선수가 2012년 9월 28일 고향인 전남 완도군을 방문해 김종식 군수에게 태풍피해 지원금 1억원을 전달했다.(사진=완도군청 제공)

최경주 선수는 매일‘타이어 치기’훈련을 했다. 폐타이어를 머리만 나오게 땅에 파묻어놓고 쇠파이프로 때리는 스윙 연습이었다. 쇠로 된 수도파이프 끝에 쇠뭉치를 달아 연습용 클럽을 만들어서 사용했다.

쇠파이프가 워낙 무거워 자연스럽게 허리 회전을 이용해 때릴 수 밖에 없었고, 때릴 때 고무타이어가 세게 튕겨나오기 때문에 끝까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서는 손목 힘으로 버텨야 했다.

이런‘타이어 치기’훈련 덕분에 유연하면서도 강한 스윙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 이렇듯 자신을 혹독하게 단련한 덕분에 그는 1993년 프로에 입문해 1997년과 1998년 2년 연속 국내 골프무대에서 최고의 상금왕을 차지하며 한국 최고의 골퍼로 성장했다.

불굴의 도전정신,‘ 코리안 탱크’최경주

그러나 최경주 선수는 국내 무대 평정에 안주하지 않고 1998년 10월 PGA 투어로 가기 위한 관문인 PGA퀄리파잉(Q)스쿨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한국을 떠나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을 시험하길 원했던 그는‘결국 실패할 것’이란 주변의 만류에도 미국행을 고집했다.

최경주 선수는 미국 PGA 투어에 들어가기 위한‘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Q스쿨을 두 번이나 거쳐 마침내 PGA 맴버에 합류하게 되었다.

하지만 합류 후에도 PGA 공식 데뷔전이었던 2001년 1월 소니오픈부터 3개 대회 연속 컷오프를 당했다. 4월말까지 참가한 9개 대회에서 6번이나 컷오프되는 시련을 겪었다. 그때마다 최경주 선수는 포기와 좌절 대신 연습에 한층 더 몰두했다. 그가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최경주 선수는 미국행 4년 만인 2002년 5월 컴팩클래식에서 감격스러운 PGA 첫 승을 거뒀다. 한국인 최초의 PGA 투어 우승이었다. 또한 그해 총상금 220만 달러로 상금 랭킹 17위에 올랐다. 2003년에도 좋은 성적을 내며 2년 연속 총상금 200만 달러 를 돌파했다.
 
성공보다는 실패에 더 익숙한 시절을 보내면서도 최경주 선수는 결코 꺾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골프계에 선배 한 명 없이 개척자로서 오롯이 살아야 했던 시절부터 낯선 미국 땅에서 최초의 한국 남자 프로 골퍼로 살아가는 동안 그는 많은 외면과 차별을 겪었다.

특히 영어가 부족한 자신의 단점을‘땡큐맨(Thank you Man)'으로 극복하며 텃세를 이겨냈다. 그런 시련 속에서도 그는 오직 골프의 목표인 홀(Hole)에 집중했고 스스로의 힘으로 마침내 꽃을 피웠다.

▲ 최경주 선수가 2011년 10월 'CJ도너스캠프'가 후원하는 '희망 만들기 방과후 교실'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생을 살다 역경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배를 타기도 하며, 뗏목을 타고 역경에서 탈출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전 항상 주위분들이 다리를 놔주셨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적극적으로 저를 도와주신 피홍배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만약 제가 배를 타거나 뗏목을 탔다면 바람에 날려 침몰할 수 있었겠지만, 피홍배 아버님을 비롯해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만들어주신 다리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젠 제가 다리 역할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최경주 선수가 여주 중앙지역아동센터 꿈의 도서관 건립현장을 찾아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골프 불모지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골프선수가 된 최경주. 골프 스토리로 전 세계인에 감격을 준 것을 넘어 정열적인 나눔봉사로 모든 이를 감동시키고 있는 그의 미래는 더욱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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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 기자  ggangky@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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