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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이대로 갈 것인가
최재영 | 승인 2013.03.04 10:04|(156호)

   
▲ 최재영 본지 대표이사  / 발행인
박근혜 정부의 출범도 인사문제 때문에 상처가 컸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패는 인사문제라고 했건만, 자신도 인사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퇴에 이어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중도 하차했다.

특히 김용준 전 후보자는 두 아들의 병역 면제와 재산 축적 과정,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등 잇따른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채 인사청문회도 하지 못하고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국민이 보기엔 불안하고 뭔가 준비되지 못한 모습이었으니 박근혜 정부에 실망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인사문제가 그토록 국정운영의 발목을 잡았건만, 왜 그런 실수를 박근혜 정부에서도 반복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하지않았던가.

인사검증 시스템, 있긴 있는 건가
김용준 후보자의 중도 사퇴는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근본적 변화를 촉구했다. 물론 이런 촉구는 인수위 초기부터 언론에서 터져나왔다.

도대체 사전에 기본적인 검증이나 하는 것인지, 아니면‘문고리 권력’일부가 똘똘 뭉쳐 그들만의 인사를 하는 것인지 따져 물은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인사검증의 기본적인 시스템은 있는지, 있는데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는지 모른다면 이는 밀실인사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보니 국민의 눈높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기본적인 자질조차 의심스런 인사들이 오히려 국정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기본적인 인사검증은 인사권자의 범위에서 사전에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의 낙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주 기본적인 도덕성 문제도 걸러내지 못하다보니 인사청문회 자체가 근본적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비전과 자질, 국정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뒤로 밀리고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재산증식 등의 문제가 쟁점이 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왜 사전에 그런 뻔한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말인가.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제대로 검증이나 했는지 누가 봐도 믿기 어려운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인사청문회가 두려워 입각을 고사하는 다수의 인사들을 보면서 엉뚱한 데 화살을 돌렸다.

“죄인처럼 혼내는 청문회 때문에 나라의 인재를 데려다 쓰기가 어렵다”고 말했던 것이다. 과연 그럴까. 본말이 전도 됐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사전에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한 책임을 언론과 인사청문회제도 탓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른바‘나홀로 인선’, ‘밀봉 인사’의 결과라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청와대에서 고위직 인사를 할 때는 200여개 문항 의 자기 검증을 한다. 이미 정착된 기초적인 검증인 셈이다. 여기서부터 재산형성 내역이나 탈세, 범죄행위 등에 대한 자기 검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료를 보고나서 정밀검증 수순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이동흡 전 후보자나 김용준 전 후보자는 이런 기본적인 절차마저 제대로 했다고 보기 어렵다. 비단 이 두 사람만이 아니다.

그 후에 발표된 박근혜 정부 초기 내각의 일부 장관 후보자도 예외가 아니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기본적인 도덕성도 갖추지 못한 인사를 장관으로 내정한 것이다.

기초 검증은 도덕성, 인사청문회는 국정수행 능력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가 지나치게 개인적인 신상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데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아니면 말고’식의 신상털기 청문이 되면 안된다는 취지이다.

사생활 부분은 비공개로, 정책 부분은 공개로 진행하는 미국의 청문 절차를 언급하면서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미국은 장관과 차관급 460명을 비롯해 고위 법관,외교관, 군 장성 등 인사청문 대상만 1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상원 인준 절차에 들어가기에 앞서 인사권자의 지명 단계에서부터 200여 가지 내용의 세밀한 매뉴얼로 최소 두 달에 걸쳐 수사국(FBI)과 국세청(IRS) 등의 사전조사를 받는다. 물론 비공개다. 그러나 비공개라고 해서 대충 하는 것이 아니다.

상원 인사청문회보다 더 철저한 정밀검증이 이루어 진다. 여기서 통과해야 인사청문회에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상원 인사청문회에서는 국정수행 능력과 정책 비전 등의 자질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 할 검증도 없이 인사청문회에 내보내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미국식의 인사청문회를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러나 우리도 이제는 인사정책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때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취지를 살리되,인사청문회제도의 유용성을 살리는 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인사청문회제도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

인사청문회제도는 우리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사회적 도덕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기에 더 개선시키고 발전시켜야 할 제도이다.

그동안 인사청문 대상은 점차 확대되었다. 그만큼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으며,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국회의 권한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인사청문회가 처음 실시된 2000년에는 그 대상이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 및 재판관 3명, 그리고 13명의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3명) 등 23명에 불과했다.
 
그 후에 노무현 정부인 2003년 관련 법개정을 통해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이 포함됐다. 그리고 2005년 7월엔 다시 법을 개정해 인사청문회 대상이 모든 장관으로 확대된 것이다.

물론 그 후에도 인사청문회 대상은 계속 확대돼왔고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박근혜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의 위상을 흔드는 듯한 언급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인사청문 절차도 필요하면 개선해야 한다. 우선 인사권자의 지명 단계에서부터 폭넓은 의견 수렴과 체계적인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인사청문회에서 도덕성 문제로 난타전을 벌일 필요가 없도록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리고나서 국회 인사청문제도를 보다 합리적으로, 정책과 국정운영 능력을 검증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것이 옳다. 이는 소모적인 정쟁을 줄이고 전국 각지의 인재를 골고루 발탁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인재 보국이다. 그 인재를 지켜내고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는 일은 국민 모두의 염원이다. 인재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최재영  poeco@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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