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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중국>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중 관계 전망
홍인표 경향신문 논설위원 겸 중국전문기자, 경향신문 | 승인 2013.02.12 13:31|(155호)

박근혜 정부 탄생으로 남북한에다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한반도를 둘러싼 4강 지도부가 동시에 바뀌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막을 내렸다. 앞으로 미·일·중·러 4강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적인 여건은 코페르니쿠스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 정책에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본다. 오바마 대통령이 2기 행정부를 출범시키고 국무장관에 온건파인 존 케리를 기용했기 때문이다.

남북한 긴장완화에 관심을 갖기는 하겠지만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3기 집권에 들어갔지만 경제적인 문제, 특히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극동 경제협력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베리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해 한국으로 보내는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가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중일 기 싸움 계속…한반도와는 유화정책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이제 중국과 일본이 남는다. 동북아 지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두 나라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체제가 오는 3월 본격적인 닻을 올린다.

시진핑 총서기는 3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으로 선출되면 명실상부한당·정·군의 최고 책임자로서 전면에 나서 국정을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드러난 행보로 보면 시진핑 총서기는 일본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는 한편 한국과는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실세인 장즈쥔(張志軍) 상무부부장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 중국방문을 정식으로 초청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전 의원을 1월 22일 특사로 보내 화답했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대통령 당선인 특사를 보낸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박 당선인이 그만큼 중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만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은 친미파인 아베 자민당 총재가 2012년 12월 26일 총리로 취임해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는 강경하게 맞서고 있고, 미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선거 당시 공약과 달리 일단 한국에 대해서는 유화 제스처를 보여주면서 사태 악화를 막으려는 분위기다.

경제적으로는 아베노믹스라고 해서 일본 엔화를 무제한으로 풀어 엔화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경쟁력이 강해지고 결국은 수출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시진핑 정부 친분관계, 긴장하는 일본

그럼 이런 상황에서 한중 관계는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박근혜 당선인은 일단 중국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어느 대통령보다 깊다.

방송통신대학 교재로 배웠다는 중국어 실력은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다. 2006년 한나라당 대표시절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만나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았던 것도 박 당선인이 중국어로 간단한 인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한다.

박 당선인은 힘들었던 시절 중국의 저명한 철학자 펑유란(馮友蘭)이 쓴 「중국 철학사」를 읽고 마음의 위안을 찾았고, 소설「삼국지」에서는 용감한 장수 조자룡(趙子龍)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첫 지방공무원을 시작했을 때 임지였던 허베이(河北) 성 정딩(正定) 현이 바로 조자룡의 고향이다.

박 당선인은 시진핑 총서기와 개인적인 인연도 깊다. 일단은 두 사람이 유명 정치인의 2세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박 당선인은 아버지 암살 이후 정계에 진출할 때까지 18년 동안 외로움을 겪었다면, 시진핑 총서기는 아버지 실각 이후 16년 동안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생활을 지내야 했던 비슷한 인생역정을 걸었다.

2013년 1월 11일자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두 사람은 2005년 7월 서울에서 만난 적이 있다.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표시절이었고 시진핑 총서기는 당시 저장(浙江) 성 당서기였다.

한나라의 집권당 대표와 중국 1개 지방의 최고 책임자와의 만남은 어찌 보면 외교 관례상 급이 맞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시진핑 서기가 박 대표를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온 데다 박 대표도 그가 중국을 이끌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눈여겨본 터라 만남이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박 대표는 지방 방문 일정을 미루면서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회동은 당초 30분 예정이었으나 2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다.

시진핑 서기는“신농촌 운동에 관심이 많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배석했던 구상찬 전 한나라당 의원의 전언이다. 구 전 의원은“두 분은 대화를 하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며“그 자리에서 시 총서기는 새마을운동과 관련한 자료 등을 가져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튿날 시진핑 서기는 바로 출국했는데, 박 대표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다가 구 전 의원에게 자료 전달을 부탁했다. 자료는 라면상자 2개 분량이나 됐다.

거기에는 박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관련 연설문과 오원철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한국형 경제건설」, 김정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은「아 박정희」등의 책이 포함됐다.

박 대표와 시 서기는 당시 회동에서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한중 두 정상 간 인간적인 신뢰가 이때부터 싹텄다고 볼 수 있다.

베이징 외교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6월쯤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이 실현되면 양국 간 경제협력은 물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둘러싸고 양국이 어느 때보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한국과 중국이 손을 잡고 일본을 협공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본다.

홍인표 경향신문 논설위원 겸 중국전문기자, 경향신문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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