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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민주통합당의 운명
박상병 | 승인 2013.02.08 14:31|(155호)

   
▲ 박상병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본지 편집이사
박근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야 간에 점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달 24일로 잠정 합의된‘1월 임시국회’가 무산되더니,주요 인사들의 인사청문회를 놓고서도 일전을 치르고 있다.
 
미국식‘허니문 기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 임명을 시점으로 박근혜 당선인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싸늘하다.
 
그러나 좀 더 냉철하게 따져보면 단순한 지지 여부를 떠나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도‘정부의 성공’은 좋은 일이고, 그 성공을 위해서라도 건강한 야당의 존재는 바람직한 일이다.

지금의 정치 현실은 지난 대선 결과의 명암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는 국정비전과 정책공약을 착착 구체화하면서 국정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반면,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꾸려졌지만, 민주당 내부 상황을 보면 정작‘비상 상황’같은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물론 말로는 분골쇄신, 환골탈태, 존폐의 기로 같은 비상한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런 발언은 그저 통상적인 것처럼 들린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희상 비대위 체제의 과제
문희상 비대위 체제는 당 혁신의 과제가 주어진 혁신형 비대위 체제가 아니다. 각 정파 간의 조율로 꾸려진 관리형 비대위 체제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여기에 강한 혁신의 요구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차기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혁신을 대비하는 전단계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희상 비대위 체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차기 전당대회 준비 못지않게 당 혁신의 계기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래야 그진단과 분석을 바탕으로 해서 차기 전당대회를‘혁신 전당대회’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희상 위원장이 비대위 산하에 <대선평가위원회>를 꾸린 것도 이런 배경이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취임 회견에서“엄중한 시기에 막중한 책임을 부여받았다. 모든 기득권을 다 버리고 치열하게 혁신하겠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을 더디딘다는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의 각오로 민주당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분골쇄신의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민주당의 분골쇄신,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면 그것이 정답이다. 그래야 민주당혁신에 국민들이 신뢰를 보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일차적인 과제는 비대위 산하 <대선평가위원회>의 몫이다.

그렇다면 <대선평가위원회>가 과연 이러한 막중한 과제를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 그리고 설사제대로 된 평가를 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의 후속 조치는 그대로 실천으로 옮겨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면 낙관보다는 비관이 앞선다.

민주당 주류인 친노 패권세력을 해체하는 일, 말 그대로 분골쇄신의 피가 철철 흐르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며, 더욱이 친노세력이 과연 이런 당 혁신 작업을 수수방관하겠는가.

그렇잖아도 친노세력은 당 혁신의 칼날이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음을 직감하고 벌써부터 저항의 태세를 갖추지 않았던가. 친노가 대선 패배의 핵심 원인이 아니며, 친노는 실체도 없다고 했던 것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설사 <대선평가위원회>가 민주당 혁신의 관건을‘친노 패권세력의 해체’로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당내 권력투쟁이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노세력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권 퇴출 얘기까지 제기된다면 민주당은 말 그대로 당의 존폐 기로에서 대혈투를 감수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사는 길이다. 과연 민주당 혁신작업이 거기까지 갈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혁신의 주체가 취약하고 그 동력도 미약하며 혁신의 기대치도 당장은 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적당한 수준에서 주류와 비주류가‘경쟁적 공존구도’를 형성해서 차기 총선에 대비하는 것이 어쩌면 그들의 절충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늘 해왔던 수법이다.
 
당 혁신이라고 해봤자 외부의 지지세력을 끌어모아 다시‘통합론’을제기하며 당 혁신의 비난여론을 잠시 피하는 우산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사즉생의 배수진을 쳐야 회생할 수 있다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 체제가 들어섰고, 지도부가 현충문 앞에서‘삼배 사죄’까지 하면서 당 혁신의 진정성을 보여줬지만 여론의 관심은 싸늘하다. 회초리를 맞겠다며 전국을 다녀봐도 여론의 반응은 시큰둥 했다. 지금은 뭘 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절실한 과제는 그래도 당 혁신에 대한 기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희상 비대위 체제에서 그 혁신작업을 수행하라는 뜻이 아니다.

당 혁신을 위한 사전작업만 해도 잘하는 일이다. 그 정지작업 총대는 <대선평가위원회>가 메고 있는 셈이다. 기로에 선 민주당을 구원할 수 있는 마지막 승부수일지도 모를 일이다. 거기서 지난 대선 패배 원인을 규명해내고 그 바탕에서 차기 전당대회를‘혁신 전당대회’로 이끌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희상 위원장은 안철수 전 후보 측 자문위원 출신의 한상진 교수를 <대선평가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비교적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대선 패배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위원장은 한상진 위원장에게 위원회 활동의 전권을 주면서 그 최종 제안에“토 달지 않고 몸으로 실천 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민주당 재기를 위해 한껏 힘을 실어준 것이다.

앞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선평가위원회>가 대선 패배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짚어내고, 그 결과에 따라‘몸으로’보여주는 것이다. 즉 실천으로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골쇄신’이나‘기득권 내려놓기’등의 허망한 말들의 잔치로 끝낼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야 싸늘한 민심을 돌려놓고 민주당혁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사즉생의 배수진을 쳐야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만큼은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말 분명히 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상상력을 하나만 발휘해보자. 만약 <대선평가위원회>의 결론이 민주당 대선패배의 근본 원인을‘친노 패권세력’의 존재에서 찾는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친노 패권세력 척결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이번에도 친노 실체는 없다면서 그냥 묵살할 것인가. 민주당 존폐의 길이 거기에 달려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박상병  news@mj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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